치열한 타격왕 전쟁, 사실상 1위는 채태인?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07.27 06: 18

홈런을 치는 것, 안타를 치는 것, 타점을 올리는 것 모두 타격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우리는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들 가운데 타율이 가장 높은이를 '타격왕'이라고 칭한다. 그만큼 타격왕은 선수들에게 있어서 최고의 영광이며 타자라면 한 번쯤이면 욕심을 낼 만한 타이틀이다.
올 시즌 역시 타격왕 경쟁이 뜨겁다. 한 경기가 지나면 순위가 뒤바뀌어 있다. 주말 3연전이 시작되기 전 타율 1위는 손아섭(롯데), 2위는 최정(SK)였다. 마침 롯데와 SK는 사직에서 3연전을 벌이게 돼 두 선수의 타격왕 경쟁도 양 팀 맞대결에서 관심사로 꼽혔다.
손아섭은 26일 경기가 벌어지기 전 최정이 신경쓰이지 않냐는 질문에 씨익 웃으며 "아직 50경기나 남았다"면서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는 각오를 다졌다. 2010년부터 3년 연속 3할 타율을 유지했던 손아섭에게 남은 목표는 타격왕, 올 시즌은 시즌 중반을 넘긴 현재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롯데와 SK의 맞대결은 11-1, SK의 승리로 싱겁게 끝났지만 손아섭은 4타수 1안타, 최정은 4타수 무안타를 기록해 손아섭은 여전히 최정에 타율에 앞섰다. 26일 경기 후 손아섭의 타율은 3할3푼6리(304타수 102안타), 최정의 타율은 3할2푼9리(249타수 82안타)다.
그렇지만 손아섭은 타격 1위를 지키는데 실패했다. 화끈한 타격전이 벌어진 잠실구장에서 박용택(LG)이 무려 6타수 4안타 2홈런을 기록하면서 타율 3할3푼8리(229타수 101안타)를 기록, 이 부문 1위로 뛰어오른 것이다. 이 밖에도 4위에 타율 3할2푼8리(268타수 88안타) 이종욱(두산), 5위에 타율 3할2푼2리(276타수 89안타)를 기록 중인 박병호(넥센)가 있다. 모두 큰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에 한 경기 결과에 따라 순위가 뒤바뀐다.
사실 타격 1위는 따로 있다. 바로 채태인(삼성)이다. 채태인은 현재 타율 3할6푼7리(207타수 76안타)를 기록 중이다. 문제는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한 것, 77경기를 치른 삼성 선수들의 규정타석은 238타석, 하지만 채태인은 233타석을 기록 중이다. 앞으로 5타석을 채우면 채태인은 타격 레이스에 본격 뛰어들 수 있다. 산술적으로 하루에 4타석씩 6경기 연속으로 출전하면 규정타석을 채우는 것이 가능하다.
야구규약에 의하면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해도 타격왕에 오를 수 있는 예외조항이 있다. 규정타석에 미달한 타자가 그 부족분을 타수로 가산하고도 최고의 타율, 장타율 및 출루율을 나타냈을 경우에는 그 타자에게 타격상, 장타율상 및 출루율상을 준다고 명시되어 있는 것.
만약 당장 시즌이 끝난다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채태인의 타율은 3할6푼7리가 아니라 모자란 5타석을 그대로 타수에 더해 나온 타율인 3할5푼8리로 인정 받는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현재 타격 1위인 박용택보다 높다. 이러한 예외규정을 적용하면 채태인의 타격왕 수상이 가능해진다. 물론 규정타석에 모자란 타자들의 타율을 계산할 때 적용되는 공식이고, 2013년 채태인의 타율은 3할6푼7리 그대로 적용 받는다.
또 한명의 타격의 달인으로 이병규(LG)가 있다. 이병규의 타율은 3할8푼3리(188타수 72안타)를 기록 중이다. 다만 LG의 규정타석인 248타석에 47타석이 모자란다. 올 시즌 전체 규정타석은 396타석, 앞으로 이병규는 전 경기에 출전한다고 가정했을 때 규정타석을 채우기 위해서는 경기당 4.1타석씩 전경기에 출전해야 한다. 쉽지만은 않은 기록이지만, 현재 타율을 유지한 채 시즌을 마친다면 규정타석을 충족시키기 못해도 예외규정으로 타격왕을 노릴 정도는 된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예외조항으로 타격왕을 뽑은 적이 없지만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1996년 토니 그윈이 규정타석에서 5타석이 모자라고도 타격왕을 차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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