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밥을 혼자 먹는다는 건 꽤나 쓸쓸한 일이다. 같이 먹을 사람이 없거나 바쁜 일 때문에 혼자 식사를 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동료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홀로 식사를 하면 고독감까지 든다.
한국에서 식사란 주위 사람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시간으로 간주된다. 옆 나라 일본에서는 혼자 밥을 먹는것이 보편화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우리나라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밥을 먹는 걸 더 선호한다.
롯데 외야수 이승화(31)는 26일 경기를 앞두고 홀로 쓸쓸히 밥을 먹었다. 코칭스태프의 지시 때문이다. 벌써 입단 10년이 넘은 베테랑 선수, 동료들이 그를 피했을리 없다. 사연은 이렇다. 26일 아침에 눈을 떠 보니 왼쪽 눈이 충혈돼 있었는데 가까운 안과를 찾아보니 결막염 아니면 알레르기성 염증 둘 중에 하나라는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김시진 감독은 "이승화 선수에 대한 보고를 받았는데 일단 알레르기성 결막염에 초점을 맞춰 치료를 받았다고 하더라. 오늘이 지나도 만약 상태가 호전되지 않는다면 (감염성) 결막염일 것 같다. 그래서 혹시 몰라 오늘 이승화와 다른 선수들의 접촉을 최대한 막고 밥도 혼자 먹도록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결막에 염증이 생기는 결막염은 크게 감염성 결막염과 비감염성 결막염으로 나뉜다. 감염성은 세균과 바이러스가 원인이 돼 걸리게 되는데 강한 전염성을 지녔기 때문에 공동생활을 하는 곳에서는 순식간에 번질 우려가 있다. 만약 이승화가 감염성 결막염이라면 롯데 선수단이 옮을 우려가 있다. 때문에 김 감독은 "경기 후 샤워를 할 때도 주의를 해 달라"고 이승화에게 당부했다. 이러한 감독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정작 이승화는 26일 경기에서 간만에 시원한 2루타를 터트리며 4타수 1안타로 제 몫을 다 했다.
김 감독은 "만약 내일도 차도가 없다면 이승화를 엔트리에서 빼는 것도 고려해봐야 할 것 같다"면서 "내가 선수시절에 이만수 감독이 눈병에 걸렸는데 그냥 뒀다가 7명이나 옮았다"고 말했다. 만약 이승화가 눈병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된다면 선수 본인뿐만 아니라 팀에게도 큰 전력손실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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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