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대회 깜짝스타' 송준호, 똥개에서 주포로 변신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3.07.27 07: 23

이번 2013 안산·우리카드컵 프로배구대회의 깜짝스타를 꼽으라면 단연 송준호(22, 현대캐피탈)를 꼽을 수 있다.
월드리그 대표팀으로 나섰던 문성민이 왼쪽 무릎 십자인대파열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김호철 감독의 고민은 공격수의 빈 자리를 누구로 메울 것이냐가 됐다. 이번 컵대회는 바로 그 문성민의 공백을 메울만한 선수를 찾아내 갈고 닦는 자리였고, 그 자리에 낙점받은 이가 송준호다.
프로데뷔 2년차인 송준호는 이번 대회에서 주 포지션인 레프트가 아닌 라이트로 위치를 옮겼다. 수비 부담이 적은 라이트로 옮기면서 공격에 대한 기대치도 상승했다. 하지만 박주형과 함께 문성민의 공백을 메울 기대주로 컵대회 조별리그 첫 경기 대한항공전에 나선 송준호는 '쓴맛'을 봐야했다.

기복이 너무 심했다. 득점은 팀 내 최다인 20점이었지만 범실이 너무 많았다. 기록된 13개의 범실 외에도 잦은 실수로 흐름을 끊었고, 공격 성공률은 32.69%에 그쳤다. 20득점을 올리고도 '구멍'이 된 이유였다. 김 감독은 송준호에게 아쉬운 점을 묻자 "새가슴"이라고 단언하며 "내가 똥개라고 부른다. 연습장(집)에서는 잘하는데 (집 밖으로)나오기만 하면 서브도 못때리고 공격도 못해서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날 중계방송에서 작전타임 중 김 감독이 송준호를 "똥개"라고 부르는 장면이 나와 송준호의 별명은 졸지에 배구팬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됐다. 별명도 별명이거니와 별명이 붙여진 계기가 얼굴 화끈할만 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앞으로는 똥개들도 바깥에 나가서 잘 할 것"이라며 여전히 송준호에 대한 신뢰감을 보였다.
감독의 신뢰를 느낀 것일까. 불과 이틀만에 다시 경기에 나선 송준호의 모습은 달라져있었다. 현대캐피탈의 숙적 삼성화재를 맞아 24득점을 올렸고 공격 성공률도 52.77%로 끌어올렸다. 블로킹 3개, 서브 에이스 2개에 후위 공격은 무려 7개를 성공시켰다. 트리플크라운에서 서브 에이스 하나가 모자란 맹활약이었다.
그리고 송준호는 준결승전인 26일 LIG손해보험전에서도 맹위를 떨치며 '반짝활약'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 이날 송준호는 팀 내 최다득점인 18득점에 블로킹도 3개를 보태며 팀 공격을 이끌었다. 특히 1세트 25-25 듀스에서 먼저 매치포인트를 점한 상황에 김요한의 오픈 공격을 블로킹으로 잡아내며 경기의 흐름을 현대캐피탈 쪽으로 끌고 오는 등 제 몫을 톡톡히 해내며 수훈선수가 됐다.
김 감독도 "젊은 선수들이다보니 발동이 걸리면 무섭다. 오늘 송준호같은 선수 보면 이름있는 선수들보다 더 주축이 되어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그의 활약에 만족한 기색을 보였다. 상승세를 탄 송준호는 다음 상대로 대한항공을 만나 첫번째 맞대결 때 부진했던 모습을 털어버리고 설욕하고 싶다는 당찬 포부도 털어놨다.
문성민의 공백을 메우며 컵대회의 스타로 떠오른 송준호. 주포 문성민의 복귀 시점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송준호의 발견과 성장은 현대캐피탈의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회를 통해 '똥개'에서 '주포'로 확실히 자리매김한 송준호의 존재가 든든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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