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이 있기에 내가 있다.”
추신수(31, 신시내티)도 어느덧 미국 땅을 밟은 지 13년, 빅리그 그라운드에 선 지 9년째가 됐다. 긴 시간만큼이나 희로애락을 겪어왔지만 마침내 리그 정상급 선수로 자리했고, 현지서의 인지도 또한 높아졌다. 베테랑이자 팀의 주축 ‘스타플레이어’가 된 것이다.
그럼에도 추신수는 야구 앞에서의 겸손함을 한시도 놓지 않는다. 자신의 기록을 의식하기 보다는 팀 승리를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지난겨울 트레이드를 통해 신시내티로 이적한 추신수는 ‘우승청부사’로서 신시내티 유니폼을 입은 것에 강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동시에 지금까지 밟아보지 못한 포스트시즌 무대에 대한 집념도 발휘 중이다.

추신수는 26일(한국시간)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 LA 다저스와 4연전을 앞두고도 “팀이 있기에 내가 있다. 올 시즌 내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팀이 플레이오프에 나가는 것이다. 신시내티를 나를 얻기 위해 유망주 두 명을 포기했다. 사실 플레이오프 진출에 만족하는 것이 아닌 우승하고 싶다. 포스트시즌 때 LA에 다시 오게 된다면 정말 좋을 것이다”며 “솔직히 다저스와 4경기를 다 이기고 싶다. 그리고 그 이기는 경기에서 내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이어 추신수는 올 시즌 몸에 맞는 공 1위(21개)를 기록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자신의 의견을 전했다. 아프고 몸에 멍이 들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추신수는 이 또한 자신의 플레이를 펼치고 팀 승리를 위해 감내할 수 있는 희생이라고 했다.
“멍들고 아프지만 출루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출루 욕심 또한 많이 난다. 어린 시절 야구를 시작했을 때부터, 그리고 마이너리그서도, 맞아도 아픈 티를 내지 않는 거라고 배웠다. 공에 맞으면 아프지만 이것 또한 내 스타일이라 생각하려 한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수많은 한국 유망주들이 메이저리거의 꿈을 안고 미국에 향했다. 하지만 기약 없는 마이너리그 생활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최정상까지 오른 이는 많지 않다. 추신수 또한 부상이란 악재까지 겹치며 약 7년의 시간을 마이너리그에서 보냈다. 하지만 추신수는 마이너리그에서 보낸 긴 시간이 지금의 자신을 있게 만든 원동력이 됐다고 했다.
“마이너리그에 오래 있었기 때문에 어디서든 금방 적응한다. 메이저리그에 있는 지금은 무엇을 비교해봐도 마이너리그 시절 보다 낫다. 음식에 대한 걱정을 해주시는 분들이 계신데, 괜찮다. 어떤 것도 마이너리그 때보다 맛있고 먹을 만하다. 마이너리그 생활이 내게는 인생에 많은 도움이 됐다.”
올 시즌 추신수가 가장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 기록은 100득점이다. 자신이 두드러지는 안타나 홈런 도루보다는 팀 승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득점 신경 쓰고 있다. 26일 경기까지 추신수는 71득점을 올렸는데 62경기가 남은 만큼 100득점 돌파는 무난해 보인다. 추신수가 홈플레이트를 많이 밟을수록, 신시내티의 포스트시즌 진출과 우승도 가까워질 전망이다.
“100득점 페이스로 가고 있다는 데에 기분이 좋다. 큰 이변이 없다면 달성할 것 같다. 100득점에 출루율 4할이면 잘하고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출루율 4할은 2010년에 한 번 해봤으니까 올해 꼭 100득점을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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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