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진-이만수 찰떡 배터리, 25년 만에 뭉치다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07.27 16: 56

"와, 살아있네. 여전히 공 좋네."(이만수 감독), "옆구리 아파 죽겠다. 그만 하자."(김시진 감독)
프로야구 초창기 최고의 단짝콤비 배터리를 꼽으라면 김시진 롯데 감독과 이만수 SK 감독을 꼽을 수 있다. 함께 학창시절을 보내 단짝친구였던 둘은 1983년 삼성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이 감독은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타자로 활약했고, 김 감독은 최초로 통산 100승을 달성하며 최고의 투수 가운데 한 명으로 군림했다.
하지만 이들 둘이 배터리로 호흡을 맞춘 건 1988년이 마지막이었다. 1989년 김 감독이 갑작스러운 트레이드로 롯데 유니폼을 입게 되면서 헤어지게 된다. 이후 김 감독과 이 감독은 같은 팀에서 배터리로 호흡을 맞추지 못했다.

그런 깊은 인연이 있는 두 감독이기에 지금도 경기장에서 만나면 반갑게 인사를 한다. 롯데와 SK의 경기를 앞둔 27일 사직구장. 홈 팀인 롯데쪽의 훈련이 끝나고 SK 선수단이 하나 둘식 그라운드로 나섰고, 이 감독 역시 선수들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자 갑자기 장난기가 생긴 김 감독이 급히 야구공과 글러브를 찾아 이 감독 쪽으로 다가갔다. 기습적으로 공을 던져 이 감독을 맞히려는 장난은 사전에 발각되면서 수포로 돌아갔지만, 이들 둘은 갑자기 의기투합하여 그라운드에서 캐치볼을 하기 시작했다.
이 감독은 "여전하다. 손목 쓰는거 보면 100km는 가볍게 나올 것 같다. 제대로 던진다면 120km는 나올 것"이라고 말했고, 김 감독은 말도 안 된다는 듯 "옆구리 아파서 안 되겠다. 100km나 나올까 모르겠다. 이제 그만 하자"고 말했다.
삼성 출신 대선배들이 캐치볼을 하는 장면을 지켜보던 양준혁 SBS 해설위원은 방망이를 잡고 타석에 서 선배들의 흥을 돋궜다. 사실 이들 세 명은 한 팀에서 뛴 적은 없다. 김 감독이 1992년을 끝으로 롯데에서 은퇴했고, 양 위원은 1993년 프로야구에 데뷔했다.
김 감독과 이 감독은 현역시절 서로 사인을 주고받을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 서로를 너무나도 잘 알았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배터리로 호흡을 맞춘 둘의 캐치볼은 단순한 공놀이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둘은 약 30개 가량을 주고받으며 추억도 함께 나눴다.
cleanupp@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