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연패를 당했던 윤덕여호가 숙적이자 세계최강의 전력을 자랑하는 일본(세계랭킹 3위)을 물리치고 유종의 미를 거뒀다. 지소연(22, 고베 아이낙)은 홀로 2골을 넣으며 그간의 부진을 털어내며 명불허전의 기량을 과시했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여자 축구 대표팀은 27일 오후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3 동아시안컵 축구선수권대회 마지막 경기서 혈투 끝에 '숙적' 일본에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전반 13분 지소연의 프리킥 선제골과 후반 21분 천금 결승골에 힘입어 후반 27분 오기미 유키가 1골을 만회하는데 그친 일본을 2-1로 제압했다. 이로써 1승 2패를 기록한 한국은 북한 일본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앞서 북한과 중국을 상대로 우세한 경기 내용을 선보였다. 하지만 결정력 부족, 수비 실수 등이 겹치며 1-2로 석패했다. 퇴로는 없었다. 남은 건 숙명의 일본전 뿐이었다.

이를 악물었다. 상대는 2011 독일월드컵을 거머쥔 일본이었지만 전혀 주눅들지 않았다. 도리어 일본의 패스 플레이를 왕성한 활동량과 강인한 정신력을 앞세워 무력화시켰다.
가장 빛난 별은 한국 여자 축구의 희망 지소연이었다. '지메시'라는 별명답게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누볐다. 한국의 에이스답게 시종일관 상대 수비의 집중 견제를 받았다. 하지만 영리한 플레이로 요리조리 피해갔다. 개인 돌파를 해야할 때와 동료에게 패스할 때를 빠르게 판단해 일본 수비진을 쉼 없이 괴롭혔다.
지소연의 발이 두 번 번뜩였다. 전반 13분 아크서클 근처에서 환상적인 오른발 프리킥으로 일본의 골대 구석을 흔들더니 후반 21분 천금 결승골을 터트리며 일본을 침몰시켰다.
지소연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기대를 한몸에 받은 주인공이었다. 그런 그도 비인기 종목인 여자 축구의 부흥을 일으키고 싶었다. 부담감이 컸던 탓이었을까. 북한과 중국전까지 이름 값에 걸맞지 못한 플레이가 이어졌다. 가뜩이나 남자 축구에 집중된 관심에 설움의 눈물도 흘린 그였다. 절치부심했다. 일본전을 통해 훨훨 날아올랐다. 그가 왜 한국 여자 축구의 희망인지를 여실히 증명했다. 그간의 부진, 2연패의 설움을 깨끗이 털어냈다.
지소연은 지난 2010년 20세 이하 여자 월드컵을 통해 세계적인 선수로 발돋움했다. 홀로 8골을 터트렸다. 남녀 연령별 대표팀을 통틀어 처음으로 한국의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 3위를 이끌었다. 실버볼(MVP 2위)과 실버슈(득점 2위)도 그의 몫이었다.
한국 여자 축구의 미래가 한없이 밝아졌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지소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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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