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들어 ‘무한도전’은 다소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웃음만 지향한다고 비난을 사기 좋은 가벼운 웃음거리에 집착했다. 몸개그와 코믹분장을 내세워 마음껏 웃고 떠들었다. 웃음과 감동을 선사해야 한다는 국민 예능 프로그램으로서의 강박증에서 오랜 만에 벗어나기도 했다. 정말 단순하기 그지없었던 초창기 방송으로 돌아간 모양새였다.
‘무한도전’은 지난 27일 방송에서 ‘소문난 7공주’ 특집으로 멤버들이 동화 속 공주로 변장해 우악스러운 분장으로 웃음을 선사하거나 단순한 몸개그로 재미를 안겼다. 꿈에 나올까봐 무서운 공주 분장을 하고 우아한 척, 많이 아는 척 연기를 하는 멤버들의 모습은 보고만 있어도 웃겼다. 여기에 러닝머신을 가로질러가면서 넘어지기도 하고, 최신 유행 화장법이라고 얼굴에 마구잡이로 낙서를 하는 모습도 이른바 말초신경을 건드리는 웃음거리였다.
급기야 고추냉이를 먹이고 햄버거를 기인에 가깝게 우걱우걱 먹는 모습까지 이날 ‘소문난 7공주’는 그야말로 생각 없이 웃음을 터뜨리기 딱 좋은 구성이었다. 제작진이 자막을 통해 ‘즐겁게 놀았으면 됐다’라고 표현했듯이 이날 방송은 그냥 웃기기 위한 방송이었다.

이 같은 단순무식한 웃음 형성은 시청자들의 호불호가 엇갈리기 좋았다. 초창기 방송의 향수를 자극한다는 호평과 ‘무한도전’이 힘이 빠졌다는 혹평으로 나뉘었다. 이 같은 몸개그와 코믹분장과 같은 멤버들의 캐릭터에 기대는 기획은 이번만이 아니었다. ‘무한도전’은 정형돈과 정준하가 지난 달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녹화에 정상적으로 참가하기 어렵게 되자 멤버들의 몸상태를 고려한 특집을 4주 정도 내보냈다.
두 명의 멤버들의 부상 직후 진행된 녹화였던 지난 6일 방송은 서장훈과 데프콘을 게스트로 초대해 ‘이럴 때일수록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해야 한다’면서 몸개그 대결을 펼쳤다. 이후 지난 13일 ‘흑과 백’ 특집 역시 스릴 넘치는 추격전 대신 소소한 게임을 통해 이른바 ‘잔재미’를 만들었고, 지난 20일에도 ‘완전 남자다잉’ 특집을 통해 밑도 끝도 없는 B급 개그를 벌였다.
이처럼 지난 4주간 ‘무한도전’은 초창기 단순무식한 대결을 통해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프로그램이라는 비난을 사기도 했던 몸개그와 분장개그에 눈길을 돌렸다. 감동과 웃음을 동시에 선사하는 다른 분야에 도전을 한다든가, 물고 뜯는 두뇌회전을 통해 짜릿한 반전을 선사하는 제대로 된 추격전은 볼 수 없었다. ‘무한도전’의 원동력이자 웃음강박증의 원인이기도 했던 거창한 도전을 잠시 멈춘 셈이다.
때마다 공익적인 요소를 가미하는 캠페인성 프로젝트도 없었고,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소재거리도 없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무한도전’이 변했다고 섣불리 지적하기에는 힘들다. ‘무한도전’은 고정적인 틀을 만들지 않고 매주 색다른 구성을 내세우고 있다. 때론 진지했다가 때론 한없이 장난스러웠다가 안방극장을 ‘밀고 당기는’ 능력이 탁월했다. 지난 8년간 ‘무한도전’을 지켜본 시청자들이라면 지금은 다음 도전을 위해 잠시 쉬어가는 시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지난 4주간 ‘무한도전’이 다소 가벼운 웃음에 집착한 것은 이들에게도 잠시 쉬어가는 시간이 필요했다. 일단 멤버들의 부상으로 인해 물리적인 여유도 없었고, 올 가을에 펼칠 가요제라는 대형 프로젝트를 물밑에서 준비하는 시간도 필요한 상황일 게다. 그리고 이 같은 몸개그와 코믹분장과 같은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구성은 어찌 됐듯 시청자들을 웃긴 것도 사실이었다. 거창한 기획이 없어도 예능프로그램으로서 웃기면 일단 제몫은 한 셈이다.
때마침 ‘무한도전’은 다음 달 3일 방송에서 주목을 받지 못한 예능인을 발굴하기 위한 예능캠프를 방송한다. 예능 꿈나무들을 내세워 색다른 웃음을 안방극장에 선물하겠다는 의도다. 잠시 휴식을 가졌던 ‘무한도전’이 나름대로의 대형 기획을 시작으로 다시 무한도전을 하기 위해 달릴 태세다.
jmpy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