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와 '더 테러', 과연 누가 날로 먹었나
OSEN 윤가이 기자
발행 2013.07.28 10: 22

오는 31일 개봉하는 영화 '더 테러 라이브'(이하 더 테러, 감독 김병우)는 그야말로 하정우의, 하정우를 위한, 하정우에 의한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첫 상업 영화 만들기에 도전한 감독에게는 다소 미안한 얘기지만) 영화는 데뷔 이래 최초로 단독 주연을 맡은 하정우의 쫄깃한 연기가 없었다면 '도무지' 그 매력이 새롭거나 특별하지 않다는 데 어쩌면 한계가 있다.
이미 대한민국은 천만 관객을 동원한 하지원, 설경구 주연의 '해운대'나 그보다도 앞선 봉준호 감독의 '괴물' 같은 작품들을 통해 재난영화의 그 감칠맛에 꽤나 익숙해진 상황이다. 특히 대한민국에서 이토록 통 크고 화려한 이른바 '한국형 재난영화'들이 줄줄이 배출된 것은 이제 대중과 충무로를 으쓱하게 만드는 것을 넘어 상당히 당연하게 받아들여질 정도다. 그래서 감상 전, 테러범에 의해 한강다리(마포대교) 하나쯤 폭파된다는 설정이 뭐 얼마나 대단하고 흥미로울지(?)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기우였던가. 베일을 벗은 '더 테러'는 충분히 숨막히고 다분히 짜릿하다.
실제 서울의 많은 시민들이 하루에도 여러번씩 넘나드는 일상의 다리(공간), 마포대교가 동강이 난 그 현장과 이를 생중계하는 언론의 모습, 그리고 자신도 모르는 새 볼모가 된 앵커 윤영화(하정우 분)의 하루는 처절하고 또 웅장하다. 폭파된 다리의 흉칙한 모습, 제한된 공간에서 돌아간 다양한 카메라 앵글, 빡빡한 스토리의 전개 등 '더 테러'의 관전 묘미에는 몇가지가 있겠지만, 영화를 보고나면 이 모든 것은 하정우의 신들린 연기에 가려지는 느낌이다. 결국 '더 테러'를 쫄깃하게 만든 건 하정우의 연기다. 그가 없었다면 감히 '더 테러'를 웰메이드 재난영화 리스트에 올리기 어려웠음 직하다.

결국 하정우를 캐스팅한 것만으로 '더 테러'는 (과격하게 표현하자면) 날로 먹었다는 인상을 가져다준다. 속물적이고 이기적이고 하지만 결국엔 모든 밑천이 다 드러나고 막판엔 정의로운 듯 어쩌면 패배자인 듯한 윤영화 앵커를 하정우가 아니었다면 누가 연기할 수 있었을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하정우는 이제 그 연기력이 정점을 찍은 느낌. 그는 흥행을 보증하는 배우로 자리매김하는 데 얼굴의 라인이나 형태가 아닌 수만개의 근육을 사용했다. 이번 '더 테러'에서 역시 반듯하다가도 처절하게 일그러지는 표정, 눈꼬리와 입꼬리의 움직임, 세밀한 감정의 변화가 그대로 느껴지는 목소리의 디테일 등을 토대로 참을 수 없는 긴장감을 조성해낸다.
평소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사전 연구와 준비 과정이 그 누구보다도 철저하기로 소문난 하정우는 이번 윤영화 앵커 캐릭터를 위해 역시나 철저한 노력을 담보한 듯 보인다. 앵커다운(?) 외관부터 발성, 멘트의 디테일까지 상당히 사실적일뿐 아니라 마치 내내 롤러코스터의 최고 높이 지점에 선 듯한 그 날카로운 극한의 감정 표현 역시 리얼해, 이는 마포대교가 붕괴되고 거대한 빌딩이 쓰러지는 어떤 장면보다도 더 찬란한 볼거리다.
역으로 흥미로운 건 전작인 '베를린'이나 최근작 '577 프로젝트', 또 그의 대표작을 꼽히는 '황해', '국가대표', '추격자' 등과 견주면 하정우 역시 꽤 날로 먹은 듯한 느낌. 주로 몸을 쓰고 원거리를 동분서주하며 거친 액션도 마다하지 않던 그가 '더 테러'에선 시종일관 스튜디오에 앉아 직각 자세를 유지했다. 기타 작품들에 비해 촬영 회차가 상당히 적었고 경기도 파주에 지은 스튜디오 세트에서 주구장창 머물며 비교적 여유로운 스케줄을 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막판 테러범과의 목숨을 건 액션신이 등장하긴 하지만 '베를린' 속 피칠갑 액션신에 비하면 스스로 여유로웠을 것만 같은 느낌. 구르고 달리고 몸을 던지는 연기가 어려운지, 얼굴 근육을 총동원한 감정 연기가 더 어려운지는 본인에게 물어봐야 할 일이다. 러닝타임 97분. 15세이상 관람가. 개봉은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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