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릭스 버팔로스 4번타자 이대호(31)가 심판 판정에 격분, 야구 인생 처음으로 경기 중 퇴장을 당했다.
이대호는 28일 일본 사이타마현 도코로자와 세이부돔에서 열린 '2013 일본프로야구' 세이부 라이온스와 원정경기에 4번 지명타자로 선발출장, 2타수 무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 최근 5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마감하며 시즌 타율은 3할2푼4리에서 3할2푼2리(323타수104안타)로 떨어졌다.
그러나 경기를 떠나 심판의 이해할 수 없는 오심의 희생양이 됐다. 이대호는 6회초 3번째 타석에 헛스윙 삼진을 당한 과정에서 심판 판정에 격분, 강력하게 항의하다 퇴장 조치를 당했다. 볼카운트 1B2S에서 세이부 선발 기시 다카유키의 4구째 109km 느린 커브에 이대호가 배트를 내밀었다. 공은 이대호의 배트 끝에 맞고 살짝 굴절돼 파울이 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니시모토 구심은 공이 이대호의 배트에 맞지 않았다고 판단, 헛스윙 삼진 아웃을 선언했다. 이에 이대호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항의했고, 모리와키 히로시 감독을 비롯해 오릭스 코칭스태프가 단체로 나와 어필했다.
그러나 오릭스의 어필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대호는 니시모토 심판을 향해 계속해서 불만을 나타내며 덕아웃으로 들어갔다. 니시모토 심판은 이를 모욕적인 행위로 간주, 이대호에게 퇴장 조치를 내렸다. 이대호의 퇴장은 일본프로야구 진출 이후는 물론 야구 인생을 통틀어서도 처음이다. 이대호는 2001~2011년 11년간 한국프로야구에서 한 번도 퇴장이 없었다.
이대호의 퇴장에 오릭스 코칭스태프와 심판들이 엉켜 몸싸움을 벌이며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특히 모리와키 감독은 이대호의 퇴장 선언 직후 니시모토 심판의 가슴을 밀치고 멱살을 잡는 바람에 폭력 행위를 이유로 이대호와 동반 퇴장당했다. 모리와키 감독 역시 부임 후 첫 퇴장이다. 올 시즌 일본프로야구 퇴장 7~8호로 동반 퇴장은 처음.
이대호는 지난해부터 알게 모르게 판정에서 불이익을 받아왔다. 스트라이크·볼 판정, 파울·헛스윙 판정에 고개를 갸우뚱하며 종종 항의를 하고는 했다. 불만은 있어도 애써 참았다. 이날처럼 격분한 건 처음이었다. 이번에도 파울이 확실했지만 심판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결국 이대호는 그동안 심판 판정에 참아왔던 것이 한 번에 폭발하고 말았다.
이에 앞서 이대호는 1회초 1사 1·2루 찬스에서 우완 선발 기시를 상대로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으로 걸어나갔다. 시즌 37번째 볼넷. 기시의 6구째 가운데 낮게 떨어지는 130km 체인지업에 속지 않으며 만루 찬스를 이어줬다. 그러나 후속타 불발로 득점없이 잔루로 남았다. 0-1로 뒤진 3회초 2사 3루에서는 기시의 3구째 가운데 낮은 125km 체인지업을 퍼올렸으나 2루 내야 뜬공으로 잡히며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이대호의 퇴장 여파 속에 오릭스도 세이부에 0-7 영봉패를 당하며 최근 2연승을 마감했다. 시즌 성적 41승43패3무로 퍼시픽리그 5위에서 제자리걸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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