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만에 다시 축구경기가, 그것도 한일전이 열린 잠실벌에 전범기가 등장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8일 잠실종합운동장에서 2013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 최종전 일본과 경기에 나섰다.
13년만에 잠실에 축구경기가 열린 기념비적인 날이다. 홍명보호가 출항한 후 맞이한 첫 번째 한일전이자 3년 전 삿포로 참사를 설욕하겠다는 각오로 똘똘 뭉친 날이기도 했다. 양국의 팬들도 기합이 단단히 들어갔다. 잠실은 한국과 일본 양국의 유니폼을 차려입은 팬들로 넘실거렸다.

한일전이라는 특성에 걸맞게 이날은 경기장 입장시 철저한 보안검사가 이뤄졌다. 가방 속의 내용물을 모두 꺼내 보여주고 페트병은 병뚜껑을 따고 입장해야만 했다. 정치적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는 피켓이나 걸개는 철저하게 통제됐다.
하지만 이날 양국 국가제창시간, 일본측 응원석에서 전범기인 욱일승천기가 솟아올랐다. 기미가요가 울려퍼지는 시간 동안 전범기는 잠실벌에 펄럭였다. 보안요원이 재빠르게 제재했지만 잠실벌에 등장한 전범기의 존재는 만인의 눈쌀을 찌푸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한국도 '걸개싸움'에서 지고만 있지는 않았다. 전범기가 등장할 것을 예상이라도 했듯 이순신 걸개와 안중근 걸개가 나란히 올라왔다. 3층 스탠드에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단재 신채호의 문구가 내걸렸다. 한국팬들이 이를 갈며 준비한 준엄한 한 마디였다.
costball@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