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함이 만든 혼신의 홈런포였다.
KIA 내야수 안치홍이 쑥쓰러운 마수걸이 홈런을 날렸다. 안치홍은 28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NC와의 원정경기에서 9회초 승부를 가르는 결정적인 스리런 홈런을 터트리며 팀의 8-4 승리를 이끌었다. 개막 이후 무려 67경기만에 시즌 첫 홈런이었다. 작년을 포함하면 445일만에 터진 한 방이었다.
그래도 개인이나 팀에게는 더 없이 귀중한 홈런이었다. 팀은 3-1로 앞서다 6회 권희동에게 역전 3점홈런을 맞았다. 힘겹게 8회초 공격에서 이용규의 희생플라이로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 9회초 공격에서 1사1,3루에서 박기남이 역전 적시타를 날려 5-4로 경기를 다시 뒤집은 직후였다.

타석에 들어선 안치홍은 NC 투수 이민호와 1B2S으로 불리한 카운트에 몰렸다. 그러나 5구 한복판 높은 슬라이더가 들어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걷어올려 115m짜리 좌월 스리런 아치를 그렸다. 단숨에 5-4에서 8-4로 달아나는 일타였다.
안치홍의 홈런은 지난 해 5월 9일 대전 한화전 이후 445일만에 터진 홈런이었다. KIA는 승기를 잡은 KIA는 9회말 송은범이 2사 만루의 아찔한 위기까지 맞았으나 힘겹게 김종호를 삼진처리하고 승리했다. 4연패 위기에서 건져낸 안치홍의 일타가 빛난 경기였다.
이날 안치홍은 2회 희생플라이로 선제점을 뽑았고 4회에는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해 팀의 3점째를 얻었다. 8회에서는 무사 1루에서 볼넷을 골라내 동점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리고 9회에는 결정타를 날리는 등 4타점을 쓸어담았다.
안치홍은 올들어 부진을 거듭했다. 겨우내 파워훈련을 펼쳐 홈런양산을 기대받았던 그였다. 개막부터 꼬이면서 제몫을 못했고 최근에도 조금식 터널에서 벗어나는 조짐을 보였다. 그러나 전날 번트실패와 만루에서 병살타를 날리는 등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이 됐다. 그러나 이날 활약으로 멍든 가슴을 조금이나마 치유했다.
경기후 안치홍은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그라운드에서 죽을 각오을 했다. 첫 홈런이지만 기쁨보다 비장한 생각이 든다. 이 홈런을 계기로 더 잘해야 되겠다는 각오만 생각한다. 전반기에서 너무 못해 후반기에서 두 배로 만회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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