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시간이었지만 전범기가 펄럭이는 장면은 잠실종합운동장에 있는 수많은 이들의 눈에 띄었다. 하지만 당당하게 전범기를 흔든 일본은 오히려 한국에 '정치적 걸개'를 철거하라고 항의했다.
홍명보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8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서 열린 2013 동아시아축구연맹(EAAF) 동아시안컵 일본과 최종전에서 1-2로 패했다. 이로써 2무 1패(승점 2)를 기록한 홍명보호는 3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반면 2승 1무(승점 7)를 기록한 일본은 중국(승점 5)을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한일전이라는 특성에 걸맞게 이날은 경기장 입장시 철저한 보안검사가 이뤄졌다. 가방 속의 내용물을 모두 꺼내 보여주고 페트병은 병뚜껑을 따고 입장해야만 했다. 정치적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는 피켓이나 걸개는 철저하게 통제됐다.

하지만 이날 양국 국가제창시간, 일본측 응원석에서 전범기인 욱일승천기가 솟아올랐다. 기미가요가 울려퍼지는 시간 동안 전범기는 잠실벌에 펄럭였다. 보안요원이 재빠르게 제재했지만 잠실벌에 등장한 전범기의 존재는 만인의 눈쌀을 찌푸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오히려 일본축구협회(JFA) 측은 이날 붉은 악마가 3층 난간에 건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라는 걸개를 문제삼았다. 결국 일본축구협회는 대한축구협회 측에 걸개의 철거를 요구했고, 이 걸개는 전반이 끝난 후 철거됐다. 걸개를 빼앗긴 붉은악마는 이후 침묵으로 일관하며 경기를 지켜봤다.
일본 축구 전문지 게키사카는 경기가 끝난 후 한국의 응원에 대해 "한국 서포터의 유감스러운 행위가 발각됐다"고 전했다. "일본의 국가제창 때 야유를 보내거나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걸개를 내걸었다"며 지난 런던올림픽 3위 결정전 때 독도 세리머니를 다시 한 번 상기시켰다.
또한 게키사카는 "이 걸개는 일본축구협회의 항의로 인해 철거됐지만 축구와 관계없는 일로 더이상 문제를 일으키지 않길 바란다"며 한국에 대한 비난의 메시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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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종합운동장=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