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 무한실험 속 합격자와 불합격자는?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3.07.29 06: 59

홍명보호의 첫 무대, 동아시안컵 무대가 아쉬움 속에 막을 내렸다. 무한실험 속 합격자와 불합격자의 윤곽이 드러났다.
홍명보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8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서 열린 2013 동아시아축구연맹(EAAF) 동아시안컵 일본과 최종전에서 1-2로 패했다. 이로써 2무 1패(승점 2)를 기록한 홍명보호는 3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반면 2승 1무(승점 7)를 기록한 일본은 중국(승점 5)을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홍명보호 1기의 테마는 실험이었다. 동아시안컵은 국제축구연맹 주관 대회가 아니라 유럽파와 중동파를 소집할 수 없었다. 때문에 홍명보호 1기는 K리그와 J리그 선수들로 주축을 이뤘다.

앙꼬 없는 단팥빵 같은 23인으로 대회를 치러야 했지만 도리어 홍명보 감독은 기회로 삼았다. 숨은 진주를 발견하고자 하는 의지가 돋보였다. 합격점을 받은 호주전 선발 라인업을 중국전서 무려 9명이나 바꿨다. 일본전에 포석을 둔 한 수였지만 파격적인 실험이었다. 다양한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고자 했던 홍 감독의 의중이 드러난 대목이었다.
가장 기대를 모았던 최전방 공격진은 모두 불합격을 받았다. 수많은 찬스를 잡고도 3경기 1골의 빈공에 허덕였다. 유일한 골도 좌측 날개 윤일록의 발에서 나왔다. 호주-일본전서 선발 출격한 김동섭을 비롯해 중국전서 기회를 잡은 서동현, 후반 조커로 교체 출전한 김신욱까지 홍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 1차 실험은 끝났다. 불합격한 이들이 있으면 합격생들도 있는 법. 치열한 경쟁의 틈바구니 속에서 유독 눈에 띄는 이들이 있었다.
▲ 홍명보호의 황태자 윤일록
스타는 예고 없이 탄생하기 마련이다. 윤일록이 홍명보호의 황태자로 떠올랐다. 3경기에 모두 선발 출장하며 홍 감독의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좌측 날개, 공격형 미드필더 등 멀티 능력을 뽐냈다.
내용도 좋았지만 결과에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호주와 중국전까지 무득점에 그쳤던 홍명보호는 일본전서 고대하던 마수걸이 득점에 성공했다. 윤일록의 발이 번뜩였다. 앞서 좋은 경기력을 펼치고도 득점에 실패했던 그는 0-1로 끌려 가던 전반 33분 자로 잰 듯한 오른발 슈팅으로 일본의 골망을 흔들었다.
지난 아픔을 훌훌 털어냈다. 윤일록은 2012 런던올림픽 예선에서 홍 감독의 중용을 받았다. 꿈꾸던 올림픽 출전이 눈앞으로 다가온 듯했다. 하지만 경쟁에서 밀려나며 결국 런던 땅을 밟지 못했다.
심기일전했다. 소속팀 서울에서 꾸준한 출전 기회를 얻으며 후일을 기약했다. 때마침 '은사' 홍명보 감독이 A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생각보다 이른 시간 태극 마크의 꿈을 이뤘다. 그리고 생애 첫 A매치를 치른 이번 대회에서 그간의 설움을 모두 날려보냈다.
▲ 하대성-박종우-이명주-한국영, 중원 라인 합격점
중원 전쟁이 안갯속 형국이다. 홍명보호 1기의 '캡틴' 하대성을 비롯해 '동메달 주역' 박종우, '포항의 엔진' 이명주, '갈고리' 한국영이 모두 합격점을 받았다. 고유의 장점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하대성은 그간 태극 마크만 달면 한없이 작아졌다. 소속팀에서의 경기력을 오롯이 펼치지 못했다. 때문에 '새가슴'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이를 악물었다.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을 기회였다. 주장 완장과 에이스를 상징하는 10번을 달고 중원 사령관 역을 자처했다. 넓은 시야에서 나오는 양질의 패스, 왕성한 활동량에 이은 강력한 압박을 선보였다.
지난해 런던올림픽 준비 과정에서 부름을 받았던 이명주와 한국영도 재차 홍 감독의 눈을 홀렸다. 이명주는 공수 밸런스에서 한국영은 중원 장악 능력에서 인정을 받았다. 시원한 중거리 슈팅 능력도 장착했다.
홍 감독과 함께 올림픽 동메달 신화를 일궜던 박종우도 중국전서 무난한 활약을 보였다. 그는 이미 올림픽 무대를 통해 기량을 검증받은 터라 이번 대회에서는 많은 기회를 잡지 못했다.
▲ 해묵은 과제 수비 불안, 가능성-보완점 동시 남겨
해묵은 과제였던 수비 불안이 절반의 성공으로 끝났다. 우선 김진수라는 보석을 발견했다. 김창수 김영권 홍정호라는 확실한 자원도 점검을 마쳤다. 무주 공산이었던 좌우 풀백은 김진수를 비롯해 김민우 이용 등의 잠재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빛이 있으니 그림자도 있었다. 공교롭게도 호주전서 철벽 수비를 선보였던 김진수 김영권 홍정호 김창수 포백 라인이 일본전서 문제점을 노출했다. 단 두 번의 역습 찬스에서 모두 실점을 허용했다. 위치 선정, 집중력 부족 등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붙박이 수문장 정성룡의 경쟁도 불가피해졌다. 2010 남아공월드컵을 기점으로 No.1 골키퍼 자리를 내주지 않았던 그였지만 2014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과 이번 대회를 통해 아쉬움을 남겼다. 김영광 김진현 김승규 등 좋은 골키퍼 자원이 있는 만큼 경쟁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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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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