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1군에 같이 있으면 어떤 기분일까?".
항상 두눈을 반짝이며 꾸었던 꿈이 진짜로 이뤄졌다. 넥센 히어로즈의 외야수 안태영(28)과 문우람(21)이 함께 그토록 그리던 1군 그라운드를 밟고 있다.
안태영은 지난 27일 대구 삼성전에서 선발로 나서며 프로 데뷔 첫 출장 기회를 가졌다. 안태영은 이날 3회 투지의 슬라이딩으로 내야안타를 만들어낸 데 이어 7회 역전 솔로포를 터뜨리는 등 4타수 4안타 맹타를 휘둘렀다. 28일 경기에서도 멀티히트로 이름을 새겼다.

그리고 안태영에 앞서 지난달 22일 1군에 콜업된 문우람은 28일까지 21경기에 나서 88타수 35안타 타율 3할9푼8리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초반 깜짝 맹타가 아닌가 싶었으나 어느새 13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하며 꾸준히 매서운 선수로 라인업에 자리잡고 있다.
두 선수는 올해 강진에 위치한 2군에서 타자 숙소인 홈런동 103호를 함께 쓰는 룸메이트였다(투수 숙소는 퍼펙트동이다). 7살이나 차이가 났지만 신고선수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두 선수는 같은 방에서 항상 "우리가 1군에서 함께 있으면 어떤 기분일까"라는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1군에 대한 꿈을 키웠다.
누구보다 훈련량이 많은 두 선수는 야구에 대한 욕심도 비슷하다. 안태영은 문우람이 먼저 1군에 올라간 뒤 매일 같이 문우람과 통화를 했다. 문우람이 '오늘 어떤 어떤 안타를 쳤다'고 말하면 안태영은 "어떤 투수가 어떤 공을 던졌는지 설명해보라"고 부탁했다. 그가 혹시라도 1군에 올라오면 상대하게 될 투수들에 대한 예습이었다.
어느새 두 선수가 함께 1군에서 생활하고 있다. 문우람은 안태영이 28일 취재진과 인터뷰 하는 것을 바라보며 "형이 잘하니까 진짜 좋다"고 헤벌쭉 웃었다. 누군가가 올라가면 누군가는 내려와야 하는 팀내 경쟁이지만 신인 드래프트 미지명과 방출 후 신고선수 입단이라는 아픔 속에 다진 우정은 그보다 진했다.
그들을 지켜봐온 김성갑 넥센 2군 감독은 문우람과 안태영이 차례차례 1군에 올라갈 때마다 "다시 2군에서 보지 말자"는 모진(?) 말로 선수들의 활약을 빌어줬다. 강진 바람을 맞으며 단단히 준비를 마친 두 선수가 이제 1군에서 날아오를 기회를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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