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끊고 싶지가 않더라구요".
넥센 히어로즈 내야수 김민성(25)은 지난 27일 대구 삼성전이 끝난 뒤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전화의 주인공은 삼성의 마무리 오승환(30). 김민성은 이날 경기에서 10회초 오승환의 2구째 151km 높은 공에 팔꿈치를 맞았다. 보호대 위에 맞았지만 보호대를 벗다가 전기가 통하는 것처럼 눈물이 핑 돌 만큼 통증이 심했다. 다른 이도 아닌 오승환의 묵직한 직구였다.

오승환은 경기 후 김민성에게 전화를 걸어 괜찮은지를 물었다고 했다. 김민성은 28일 경기를 앞두고 전날 오승환에게 받았던 전화를 회상하며 "끊고 싶지가 않았다. 이상하게 떨렸다"고 배시시 웃었다. 마치 우상을 만난 10대 소년 같은 모습이었다.
김민성은 "그때 맞고는 너무 아파서 경기 출전이 힘들겠다 싶어 눈앞이 깜깜했는데 아침에 일어나니까 팔꿈치가 아무렇지도 않더라"며 팔을 활기차게 흔들어보였다. 김민성은 이날 역시 6번타자 겸 3루수로 선발 출장했다.
아픔을 잘 참은 뒤 찾아온 달콤한 열매인 걸까. 김민성은 이날 2회 윤성환에게서 개인 시즌 8호 솔로포를 때려낸 데 이어 팀이 1-2로 쫓기던 6회 2루주자 강정호를 불러들이는 적시타로 팀의 5-2 승리를 이끌며 펄펄 날았다.
김민성은 경기 후 "프로 입단 후 개막전부터 풀타임으로 뛰는 올해가 개인적으로 의미가 깊다. 더군다나 팀 성적까지 현재 상위권에 있어 야구를 더 잘하고 싶다. 더워지면서 체력적으로 힘들기는 하지만 부진의 핑계로 삼고 싶진 않다. 앞으로도 부상만 조심하고 집중력만 잃지 않는다면 개인적으로 최고의 한해가 될 것 같다"고 밝혔다.
평소에도 항상 유쾌하고 씩씩한 김민성은 시즌 초부터 맹활약을 펼치면서 하위 타순의 공격을 이끌고 있다. 3루 수비를 메워주며 공수에서 감초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김민성이 팀에도 끊임없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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