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의 첫 번째 실험이 끝났다. 좋은 페이스로 순탄하게 진행되던 실험이 한일전의 덫에 걸린 것은 아쉬운 일이지만, 어쨌든 실험은 끝났다.
홍명보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8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서 열린 2013 동아시아축구연맹(EAAF) 동아시안컵 일본과 최종전에서 1-2로 패배했다. 이로써 2무 1패(승점 2)로 3위를 기록한 채 대회를 마감했다. 2승 1무(승점 7)를 기록한 일본은 중국(1승 2무)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안방에서, 그것도 13년 만에 다시 축구에 문을 연 잠실벌에서 숙명의 라이벌 일본에 패했다는 것은 쉽사리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다. 출범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손발을 맞춰볼 기회도 적었으며 어디까지나 실험(홍 감독 스스로는 실험이 아니라고 했지만)에 방점을 둔 대회였다고는 해도 한일전 패배라는 결과는 입맛이 쓸 수밖에 없다.

사실 한일전은 예고된 덫이었다.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라면 누구나 한 번 쯤은 지나가야 할 비무장지대고, 언제 어떻게 밟아 터질지 모르는 지뢰같은 경기가 바로 한일전이다. 국민 모두에게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안겨줄 수 있는 멋진 경기를 매번 보여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공은 둥글고 축구의 결과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한일전 역시 예외는 아니다.
한일전의 덫도 홍명보호의 실험에 자양분이 될 수 있다면 최악의 결과는 아닐 것이다. 이제 막 닻을 올리고 출항한 홍명보호는 첫 번째 실험이었던 동아시안컵에서 분명한 성과와 보완점을 찾았다. 선수들은 자신감을 얻었고, 아직 본격적인 경쟁에 참가하지 않은 해외파와 겨뤄볼만한 가능성을 보였다. 하지만 100점 만점으로 시작한 수비진이 역습에서 허술한 모습을 보인 것과 공격진의 결정력 부족이라는 보완점도 찾았다.
한일전의 덫은 생살을 아프게 찢어놨다. 3년 전 삿포로 참사에 이어 13년 만에 열린 안방 잠실에서 또 한 번 일본에 패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씁쓸함이다. 하지만 홍명보호는 이제 첫 실험을 끝냈다. 앞으로 남은 1년 동안, 홍명보호가 어떤 과정을 거쳐 마지막 결과를 내놓을지 지켜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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