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의 18.44m]류현진 활약의 비밀, 투심 비율을 보라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07.29 06: 05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26,LA 다저스)이 최고의 피칭을 펼치며 시즌 9승 수확에 성공했다.
류현진은 28일(이하 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신시내티 레즈와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 7이닝동안 2피안타(1피홈런) 9탈삼진 1실점을 기록하면서 팀의 4-1 승리를 이끌었다. 추신수와의 맞대결에서도 2타수 무안타 1볼넷으로 판정승을 거뒀다.
사실 류현진의 최근 경기를 두고 많은 우려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전반기 마지막 경기였던 11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서 5이닝 5실점으로 가장 안 좋은 경기내용을 보여줬고, 후반기 첫 경기인 23일 토론토 블루제이스전도 5⅓이닝 4실점으로 주춤했다. 체력이 떨어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지만 류현진은 팀에 승리를 가져오는 완벽한 피칭으로 우려를 불식시켰다.

흥미로운 건 류현진의 포심-투심 패스트볼 비율을 확인하면 그 날의 경기내용을 어느정도 확인 가능하다는 점이다. 메이저리그는 Pitch f/x(투구추적 시스템)를 통해 투수가 던진 공의 구질과 움직임, 구속 등을 팬들이 볼 수 있도록 공개한다.
이 자료에 따르면 류현진은 7월 들어 투심 비율이 비정상적으로 높았다. 6⅔이닝 4피안타 2실점 3탈삼진을 기록했던 6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경기는 포심 18.7%, 투심 48.6%(fangraphs.com 참조)를 기록했다. 그리고 가장 투구내용이 좋지 않았던 11일 애리조나전은 포심 비율이 불과 3%, 그리고 투심은 54%를 차지했다. 토론토전 역시 포심 17.3%, 투심 41.2%로 7월에는 모두 투심 비율이 높았다.
문제는 류현진이 투심을 의도하고 던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미 수차례 류현진은 "투심을 던지지 않는다"고 밝혀왔다. Pitch f/x는 컴퓨터가 공의 움직임을 보고 기록하게 되는데, 7월에는 류현진의 포심이 마치 투심과 같은 움직임을 보였다는 의미가 된다.
 
최근 야구 트렌드는 변형 패스트볼이 득세를 하고 있는 가운데 투심의 비율이 높은 게 왜 문제가 될까. 국내 투수이론의 1인자로 꼽히는 김시진 롯데 감독은 "포심을 던지려고 하는데 투심과 같이 공이 움직이는 건 좋은 게 아니다. 공을 던질 때 팔꿈치가 평소보다 더 벌어지거나 원래 릴리스 포인트보다 일찍 공을 채면 그렇게 된다"면서 "배트에 빗맞아서 파울볼이 나오는 걸 상상하면 된다. 공을 제대로 쭉 뻗어서 던지지 못하니까 스트라이크 존 앞에서 공이 옆으로 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현장의 야구 지도자들은 투수들의 의도치 않은 '자연적인 투심'을 수정해야 할 대상으로 본다. 자신이 원해서 던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제구가 잘 안 되고, 실투로 이어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류현진 역시 최근 들어 투심으로 분류되는 구질이 늘어나고 있었다.
실제로 류현진의 속구 가운데 포심 비율이 10% 미만을 기록한 경기는 모두 3경기로 내용이 평소에 비해 좋지 않았다. 4월 8일 애리조나전은 포심 5.6%, 투심 42.1%를 기록했는데 6이닝 6피안타 3실점을 기록했다. 또한 같은 달 21일 볼티모어 오리올스 원정경기는 포심 3.2%, 투심 39%였는데 6이닝 8피안타 5실점에 그쳤다.
그렇다면 완봉승을 거뒀던 5월 29일 LA 에인절스 전은 어땠을까. 이날 류현진의 포심비율은 47.3%, 투심비율은 13.4%를 기록했다. 그리고 7월 28일, 부진을 털어버린 신시내티전은 포심 39.8%을 던졌고 투심은 불과 2.8%에 지나지 않았다. 올 시즌 가장 낮은 투심 비율이다.
물론 포심과 투심 비율이 류현진의 활약 여부를 판단하는 절대적인 잣대가 될 수는 없다. 그렇지만 데이터는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다는 걸 암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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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이대선 기자,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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