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축구연맹(EAAF) 동아시안컵이 지난 28일을 마지막으로 끝을 내렸다. 이번 대회 남자부서는 일본, 여자부서는 북한이 대회 사상 처음으로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개최국 한국은 남자부와 여자부 모두 3위에 그치며 아쉬움을 남겼다.
9일 동안 참가국 당 3경기를 소화해야 했던 2013 동아시안컵은 혹독한 일정 속에 진행됐다. 게다가 국제축구연맹(FIFA)의 매치 데이에 포함되지 않은 기간에 대회가 열리는 만큼 선수들의 소속팀에서는 의무적으로 각국 축구협회의 선수 소집 공문을 이행할 이유가 없었다. 이 때문에 참가국은 유럽파 선수들을 호출하지 못했고, 심지어 호주는 일본 J리그 소속 선수들도 부르지 못했다. 그만큼 모든 팀들이 100%의 전력이 아니었다. 하지만 각국 모두가 자신들만의 목표를 설정하고 모든 경기를 착실히 소화했다.
▲ 한국 정말 내용이 좋았던 걸까?

홍명보 감독은 대표팀을 맡으면서 '한국형 축구'를 실현할 것을 기치로 내세웠다. 강한 압박과 공간 장악을 바탕으로 경기를 풀어나가겠다는 것이었다. 홍명보 감독의 이러한 뜻은 첫 상대였던 호주를 상대로 잘 펼쳐졌다. 하지만 2차전 중국을 상대로는 재미를 보지 못했다. 최종전 상대였던 일본에는 전반전까지는 경기를 압도하는 듯 했지만, 후반 들어 일본의 반격에 맥을 추지 못했다. 한 경기는 좋았고, 한 경기는 좋지 못했고, 한 경기는 좋다가 말았다.
한국의 오락가락한 모습은 상대를 자세히 살펴보면 이유를 알 수 있다. 첫 상대였던 호주는 지난 4월 정규리그가 끝난 탓에 선수들의 경기 감각이 극도로 저하된 상태였다. 게다가 J리그 선수들은 합류조차 하지 못해 대회 최악의 전력을 꾸렸다. 자국과 EAAF에 소속된 리그 선수들로 팀을 꾸릴 수 있었던 한국과 일본, 중국의 불평은 호주에 배부른 소리였다. 두 번째 상대였던 중국은 계속 경기를 소화하다 온 선수들은 물론 평소 국가대표팀의 전력 대부분을 유지해서인지 한국과 대등한 모습을 보였다.

그렇다면 한국은 왜 일본을 상대로 좋다가 말았을까? 알베르토 자케로니 일본 감독의 발언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자케로니 감독은 한국을 2-1로 꺽은 직후 "한국은 전반전에 좋았지만, 반드시 이겨야 하는 만큼 균형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자케로니 감독이 승리가 없다는 부담감에 쫓기는 한국의 심리를 이미 파악하고 경기를 운영한 것이다. 게다가 일본은 최종전을 치르기 전까지 휴식일이 한국보다 하루가 더 적었던 만큼 전반전에 체력을 비축하고, 후반전에 승부수를 띄웠다. 결국 자케로니 감독의 승부수는 적중해 전반전과 다른 후반전 경기 운영으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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