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 없다" 이대호, 야구인생 첫 퇴장…왜 폭발?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3.07.29 06: 14

"오늘은 아무 것도 말할 수 없다". 
오릭스 버팔로스 4번타자 이대호(31)의 분노가 폭발했다. 심판의 이해할 수 없는 판정에 더 이상 당하고만 있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날 경기 후 그는 "오늘은 하무 것도 말할 수 없다"며 입을 닫았다. 심판과의 보이지 않는 싸움에 지칠 대로 지쳤다. 
이대호는 지난 28일 세이부 라이온스와 원정경기에서 6회 헛스윙 삼진에 대한 니시모토 심판의 판정에 불복했다. 배트 끝에 분명히 공이 맞아 굴절됐는데도 니시모토 심판은 한 치의 고민도 없이 헛스윙으로 판단했다. 어필은 번복되지 않았고, 이대호는 두 손가락으로 자신의 눈을 가리키는 제스처를 취했다. 심판은 불손한 행위를 취했다는 이유로 퇴장 조치했다. 한국에서도 없었던 야구 인생 첫 퇴장. 이대호는 왜 불만이 폭발했을까. 

이대호는 지난해 일본 진출 이후 줄곧 심판판정에서 불이익을 받았다. 대표적인 게 바로 스트라이크·볼, 헛스윙·파울 판정이었다.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난 볼도 스트라이크로 판정나 루킹 삼진을 당하거나 이날처럼 파울이 됐는데도 헛스윙으로 판정된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참고 넘어가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이 같은 오심은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 있었다. 지난해 4월4일 니혼햄전에서 1회 루킹 삼진 과정에서 바깥쪽 체인지업이 볼로 보였으나 포수의 교묘한 미트질과 어우러져 삼진으로 이어졌다. 이대호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한동안 타석에서 벗어나지 않으며 항의했다. 이대호는 허탈하다는듯 웃음을 짓고 돌아서야 했다. 이것이 전주곡이 됐는지 일본 첫 해부터 심판 텃세에 시달렸고, 시즌 초반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다.
집중견제의 대상이 된 올해는 이 같은 이해할 수 없는 판정이 더욱 많아졌다. 지난 4월28일 니혼햄전에서 4회 방망이가 돌지 않았으나 헛스윙 판정으로 아웃됐다. 이대호는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들어갔다. 5월12일 니혼햄전에서도 3회 헛스윙 삼진도 배트 끝에 스쳤으나 헛스윙으로 간주돼 아웃됐다. 이대호가 어필했지만 통할리 없었다. 심지어 지난 24일 니혼햄전에서는 8회 2루타성 안타를 치고 2루로 향했으나 심판의 오심으로 아웃됐다. 이처럼 쌓이고 쌓인 판정 불만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평소 온화하던 모리와키 히로시 오릭스 감독도 이대호의 퇴장에 격분, 니시모토 심판을 밀쳐 동반 퇴장됐다. 등 일본 언론 따르면 모리와키 감독은 "선수를 보호하는 게 감독의 의무다. 이대호를 지키지 못해 미안하다. 나의 퇴장보다 이대호의 퇴장이 더 안타깝다"며 "이대호가 그토록 화난 건 처음 본다"고 말했다. 이대호는 "오늘은 아무 것도 말할 수 없다"며 굳게 입을 닫은 채 씁쓸하게 경기장을 떠났다. 
이대호 뿐만이 아니었다. 이대호 이전에 이승엽이 있었다. 이승엽은 2005년 지바 롯데 시절 몸에 맞는 볼도인정받지 못했다. 2006년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는 심판의 오심으로 누의공과돼 홈런을 빼앗기더니 명백한 안타를 치고도 노바운드 아웃 처리되기도 했다. 당시 이승엽의 홈런을 빼앗은 심판이 이번에 이대호를 퇴장시킨 니시모토 심판이란 점도 공교롭다. 이승엽은 펜스 광고판을 발로 차고 주심을 향해 고함을 지르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무릎 부상이 악화되기도 했다. 
이승엽에 이어 일본에 진출한 김태균도 알게 모르게 심판 판정 불이익이 많았다. 결국 이대호까지 참다 참다 화가 머리 끝까지 치멀어 올랐다. 하지만 이대호처럼 퇴장까지 간 건 처음이다. 2011년 투수 임창용이 위협구로 퇴장당한 적이 있지만, 판정에 대한 어필로 퇴장당한 건 이대호가 처음이다. 앞으로 그에게 또 어떤 불이익이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이처럼 한 번쯤 확실하게 불만을 나타내는 것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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