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열심히 했다는 보고를 들었다. 워낙 공을 긁는 데 힘을 기울여 오른 검지가 헐어서 못 던질 정도로 연습했다더라”.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도 릴리스포인트에 있어서 보완점을 지적받았던 투수. 이적 후 투구 밸런스 조정을 힘쓰며 올해는 공을 놓을 때 힘을 주는 쪽으로 중점을 두고 훈련하고 2군 실전을 치렀다. 이적 후 첫 1군 출장에서 가능성을 비춘 두산 베어스 3년차 우완 김명성(25)은 각고의 노력으로 야구에 임했다.
김명성은 지난 27일 잠실 LG전서 1-5로 뒤진 7회초 데릭 핸킨스의 뒤를 이어 마운드에 올라 2이닝 동안 볼넷 한 개만 내주고 2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전 소속팀인 롯데 시절 135km도 던지기 힘들어 했던 김명성은 이날 최고 146km의 직구와 제구되는 슬라이더를 던졌다. 25일 KIA 2군과의 경기서는 최고 150km의 직구와 함께 1이닝 11구 3탈삼진 세이브를 올렸다.

중앙대 시절 리그 최고 투수로 활약하며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도 승선, 병역 특례를 받은 김명성은 롯데에 1라운드 지명되었으나 4경기 1패 평균자책점 9.39의 기록만을 남겼다. 성장세가 더딘 유망주였던 만큼 롯데의 기대치가 떨어져갔고 지난 시즌 중 백업 포수를 필요로 했던 롯데는 두산에서 용덕한을 데려오며 김명성을 보냈다. 용덕한은 당시 두산 포수진에서 전략 이해도가 가장 높고 투수들의 선호도가 대단했던 포수다.
용덕한이 지난해 준플레이오프에서 친정팀을 울린 데 반해 김명성은 1군 대신 2군에서 한 시즌을 마쳤다. 미래를 위해 즉시전력 포수를 보낸 두산의 트레이드에 대해 팬들은 ‘김명성은 뭐하나’라며 아쉬운 목소리를 높였다. 올 시즌 전 “이제는 자신감이 붙어가고 있다”라던 김명성은 사실 어깨 통증으로 전반기 휴식기가 긴 편이었고 공을 놓을 때 좀 더 힘을 싣는데 주력했다.
특히 릴리스포인트 수정은 김명성 개인에게 의미하는 바가 크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당시 투수코치를 맡았던 김시진 현 롯데 감독은 김명성에 대해 “공을 긁는 요령을 확실히 깨달아야 한다. 150km까지도 던질 수 있는 투수인데 긁지 못하고 밀어던지는 투구를 펼친다”라며 아쉬워했다. 롯데 시절에는 투구 밸런스까지 무너져 자신이 가진 잠재력을 펼치지 못했던 김명성이다.
그러나 지금은 롯데 시절보다 구위가 확실히 상승했음을 경기력으로 보여줬다. 물론 1군 단 한 경기일 뿐이라 속단은 금물. 김명성에 대해 “아직 더 가다듬어야 한다”라며 예의주시하던 김진욱 감독은 “김명성이 공을 잡아채는 힘을 제대로 싣기 위해 많이 훈련했다. 오른 검지가 헐어서 던질 수 없을 정도로 연습했다”라며 김명성의 숨은 노력을 칭찬했다.
트레이드 손익은 당장 판단할 수 없다. 특히 현재 가치와 미래 가치의 교환 거래라면 좀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트레이드를 지켜봐야 한다. 이미 롯데는 백업 포수이자 경기 외적 노력과 가치가 큰 용덕한을 데려오고 재미를 보고 있다. 김명성의 구위 급상승 현상을 목격한 두산도 트레이드에서 재미를 볼 수 있을 것인가.
farinell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