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 “봉준호 감독은 풋풋한 소년 입니다” [인터뷰]
OSEN 김경주 기자
발행 2013.07.30 07: 52

영화 ‘살인의 추억’, ‘괴물’ 그리고 이번 ‘설국열차’까지. 이제 봉준호 감독을 떠올리면 배우 송강호를 빼놓을 수 없을 만큼 송강호는 봉준호의 대표적인 페르소나나 다름없다.
벌써 세 번째 봉준호와 호흡을 맞춘 그는 그간의 작업을 통해 쌓인 봉준호에 대한 신뢰가 ‘설국열차’ 출연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시나리오도 보지 않고 출연을 결정할 정도로 봉준호에 대한 송강호의 신뢰는 두터웠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살인의 추억’과 ‘괴물’을 통해 흥행뿐만 아니라 작품성, 연기력 등 많은 면에서 대중의 칭찬과 사랑을 한 몸에 받았기 때문.
하지만 감독에 대한 믿음은 인기, 칭찬에서 기인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인터뷰 내내 봉준호의 상상력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살인의 추억’과 ‘괴물’에서 경험한 봉준호의 상상력은 ‘설국열차’ 시나리오를 읽기 전 단계임에도 불구, 그에게 작품에 대한 믿음을 심어줬다.

“일단 시나리오를 읽기 전 출연을 결정한 것은 감독에 대한 믿음이 컸기 때문이겠죠(웃음)? 사실 ‘괴물’때도 시나리오가 있진 않았어요. 오로지 봉준호 감독의 황당한 상상력에서 출발 그 얘기를 듣고 결정한 거죠. 그때 당시의 기술력을 감안했을 때 ‘괴물’의 CG 작업은 굉장히 낯설고 걸음마 단계였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봉준호 감독이 어릴 때부터 꿈꿔왔던 상상력을 실현시킨다는 것, 그게 봉준호의 힘인 것 같아요. 누구도 생각지 못한걸 꿈꾸고 오랜 시간 치밀하게 준비하고 다듬어 올 수 있다는 것 말이죠. ‘설국열차’도 그렇죠. 출연을 결정하고 시나리오를 봤는데 원작 만화보다 드라마가 충실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원작이 좀 더 어둡고 철학적이었죠. 만화가 주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런 부분들에 매력을 느꼈던 것 같아요.”
오랜 기간 봉준호를 지켜봐 온 송강호. 그 어떤 배우보다 봉준호를 잘 아는 송강호는 그를 ‘풋풋한 소년’이라고 표현했다. 여리고 감수성 예민한 소년이라고. 대중에게는 ‘장르영화의 천재’라는 이미지가 각인돼 있지만 송강호 본인에게만큼 봉준호는 여린 소년이었다.
“대중은 봉준호 감독을 ‘봉테일’이라고 부를 만큼 치밀하고 천재적인 감각의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저한테만큼은 봉준호는 여리고 감수성이 예민한 소년과 같은 사람이에요. 풋풋한 소년이죠. 때묻지 않은 중고등학생 같은 순수하고 풋풋한 청년이죠(웃음).”
아무리 봉준호에 대한 믿음이 컸다 하더라도 할리우드 시스템 속에서 진행되는 ‘설국열차’의 촬영은 송강호에겐 부담이었을 터. 시간 개념이 철저한 할리우드 시스템 속에서 그는 적잖은 부담을 느끼며 촬영에 임했다고 했다. 게다가 익숙지 않은 언어, 그리고 쟁쟁한 배우들 사이에서 촬영해야 했으니 더더욱 긴장상태였을 수밖에.
“왜 부담이 안 됐겠어요. 외국인 친구들과 해야 한다는 부담, 할리우드 시스템이라는 부담. 이런 것들이 적잖게 부담이 되죠. 할리우드 시스템이 합리적이고 좋은 점이 많지만 그걸 수행하려면 본인의 마음가짐과 준비상태 이런 것들이 완벽하게 돼 있어야 해요. 한국영화 현장도 그렇게 되어가고 있지만 유연하게 대처하잖아요. 하지만 할리우드는 거대 자본이 들어가있고 모든 것이 다 갖춰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적잖은 긴장을 주죠. 담배 피울 시간도 없어요. 그렇게 해야만 모든 스케줄을 소화할 수 있죠. 촬영이 지연되면 좀 복잡해져요. 감독은 더 압박이었겠죠.”
‘설국열차’를 시작으로 송강호의 할리우드 진출작을 계속해서 보게 되는 것 아닐까 라는 생각에 넌지시 물으니 그는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할리우드 영화 중에서 좋은 시나리오가 들어온다면 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가 흔히 쓰는 ‘진출’이라는 단어 대신 ‘전파’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할리우드행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할리우드 진출요? 에이, 한국에 좋은 시나리오 많은데요(웃음). 하지만 좋은 시나리오가 있으면 하겠죠. 그런데 저는 진출보다는 전파라는 단어를 쓰고 싶어요. 요새는 K-필름이라는 단어도 있잖아요. 꼭 이병헌씨처럼 직접적인 진출, 이런 게 아니라 한국에서 만들어진 한국영화를 전파시키는 것도 글로벌한 자세라고 생각해요. 그런 쪽으로 노력을 하는 것도 진정한 글로벌이 아닌가 생각도 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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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 기자 ajyo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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