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월화드라마 ‘불의 여신 정이’가 안방극장 불패신화인 성공기와 사극이 만났는데도 좀처럼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30일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29일 방송된 ‘불의 여신 정이’ 9회는 전국 기준 10.4%를 기록, KBS 1TV ‘가요무대’(10.9%)에 밀려 동시간대 2위를 했다. 더욱이 SBS ‘황금의 제국’과 동률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월화드라마 1위 자리도 위태로운 상황.
‘불의 여신 정이’는 16세기말 동아시아 최고 수준의 과학과 예술의 결합체인 조선시대 도자기 제작소 분원을 배경으로 사기장 유정(문근영 분)의 치열했던 예술혼과 사랑을 담는 드라마. MBC 월화드라마의 불패신화를 잇고 있는 성공기와 사극이 만났는데도 시청률이 신통치 못하다.

여기에 문근영의 남장 연기와 섬세한 감정 표현, 이상윤과 김범의 여성 시청자들을 홀리는 매력, 이광수의 악역 연기, 전광렬·정보석 등 중견배우들의 숨막힐 듯한 연기 대결 등이 연일 호평을 받고 있지만 정작 드라마는 큰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매회 배우들의 열연을 칭찬하는 시청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나 정작 작품에 대한 반응은 미지근하기만 하다.
이는 ‘불의 여신 정이’가 여성 사기장의 탄생까지의 과정을 지금까지 숱하게 봤던 성공기로 묶을 수 있는 진부한 구성인데다가, 이마저도 다소 긴장감이 떨어지게 전개되고 있다는 아쉬움이 있기 때문. 이를테면 지난 29일 방송된 9회에서 광해(이상윤 분)가 유정(문근영 분)이 여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이를 정이에게 알리는 과정 역시 너무도 예측 가능하게 서술적으로 담는 실수를 범했다.
이 뿐만 아니라 배우들의 열연으로 만든 매력적인 캐릭터가 생동감 있고 당위성 있게 표현되지 못하고 있다. 임해(이광수 분)의 악행에 당하기만 하는 광해와 순수하고 열정적인 까닭에 본의 아니게 민폐처럼 표현되는 정이는 드라마의 재미를 떨어뜨리는 요소가 되고 있다. 당차고 빼어난 예술혼을 가지고 있는 정이라는 인물을 십분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 아쉽다는 지적이 쏟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직 ‘불의 여신 정이’는 9회 밖에 방송되지 않았다. 초반인 까닭에 인물, 특히 정이의 성장 과정이 마음껏 펼쳐지지 않은 면도 없지 않다. 이 드라마가 초반 시들시들한 분위기에서 벗어나 배우들의 열연이 아깝지 않을 흥미를 갖출 수 있을지 안방극장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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