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페스티벌, 일주일에 한개씩..이러다 공멸?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3.07.30 17: 40

"여기 누가 다 가나요?"
무려 일주일에 한개씩이다. 뜨거운 여름을 즐기는 공연 매니아들을 위한 록 페스티벌이 일주일에 한 개씩 선을 보이며 관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수요는 그대로일테지만 공급은 쏟아지는 것. 당연히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CJ E&M이 지난 26~28일 개최한 안산밸리 록 페스티벌은 총 관객수 7만8천명(주최 집계)을 동원했다. 지난해 CJ가 지산에서 개최한 지산밸리가 10만명을 돌파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던 것에 비하면 다소 아쉬운 성적이다. 라인업에 따라 관객수 변동은 가능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페스티벌이 너무 많아지다보니 관객 분산 현상도 일어날 수 밖에 없다는 풀이다. 현장을 찾은 관객들은 "예상보다 많이 한산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앞으로 줄줄이 남아있는 록페스티벌도 잔뜩 긴장하긴 마찬가지다. 오는 8월2~4일에는 두개의 록페스티벌이 동시에 개최된다. 이미 다른 라이벌 페스티벌에 관객을 빼앗긴 이들이 또 한번 관객을 양분해야 하는 것이다.
두 군데 모두 록페스티벌로 성공신화를 쓴 바 있는 곳. 인천 펜타포트록페스티벌과 지산월드록페스티벌이 주인공.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열리는 펜타포트는 폴아웃보이(Fall Out Boy), 들국화, 스키드로우(Skid Row), YB 등 국내외 30여 개팀을 라인업에 올렸으며, 지산은 시나위, 이승열 등을 포진시켰다. 아주 강력한 라인업은 아닌 셈.
그 다음 주부터는 서울 도심에서 열리는 페스티벌도 있다. 굳이 교외로 나가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기존 페스티벌의 강력한 라이벌로 떠올랐다. 8월 14~15일 올림픽 공원에서 열리는 슈퍼소닉에는 조용필, 펫샵보이즈 등이 이름을 올렸으며, 8월 17~18일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시티브레이크에는 메탈리카와 뮤즈가 라인업에 등장해 기대를 받고 있다.
이같이 페스티벌이 많아진 것은 록페스티벌이 '쏠쏠한' 재미를 보면서 주최와 행사가 많이 쪼개졌기 때문. 펜타포트에서 펜타포트 vs 지산으로, 지산에서 다시 지산 vs 안산으로 쪼개지는 등 공급을 늘려왔다. 여기에 난타로 이름을 알린 PMC프로덕션(슈퍼소닉)과 팝스타 공연으로 이름을 떨쳐온 현대카드(시티브레이크)까지 뛰어들었다.
페스티벌이 많아지자 관객들은 좀 더 약아졌다. 페스티벌을 통으로 즐기는 게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공연만 찾아서 보는 것. 그래서 페스티벌 브랜드 보다는 라인업이 더 중요해졌다. 라인업에 따라 그 해 성공이 판가름나게 된 것. 한 페스티벌 관계자는 "이제 페스티벌 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뮤지션의 공연만 즐기려, 일일권만 구매하는 등 페스티벌을 즐기는 방식도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어떤 페스티벌도 다음 해 성공을 낙관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가수들도 페스티벌의 흥망에 높은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상태. 섭외 전쟁이 치열해지면서, 어느 정도 이름이 있는 뮤지션에게는 거의 모든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한 인기밴드 관계자는 "사실 거의 모든 페스티벌에서 연락이 온다. 그 러브콜에 다 응하면 일주일에 한번씩 페스티벌에 서야 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페스티벌 섭외는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페스티벌은 가을에도 10여개 가량 준비돼있다. 이러다 공멸하겠다는 우려가 높긴 하지만, 록페스티벌의 인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낙관도 있다. 록페스티벌 특성상 한번 현장을 찾으면, 다음해 어떤 페스티벌이든지 가기는 가게 된다는 것. 관객을 '나눠먹어야' 한다는 고충은 있지만 차별화에 성공한다면 승산은 있다는 평가다.
안산밸리록페스티벌의 한 관계자는 "관객수는 다소 아쉽지만 내적 평가는 매우 만족하고 있다"면서 "부지가 넓어져서 오히려 쾌적해졌다. 그전에는 주거단지 때문에 데시벨 제한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제한이 풀려서 사운드를 맘껏 즐길 수 있게 됐다. 앞으로 쭉 나아갈 계획으로 안산으로 이전한만큼, 장기적인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첫 발을 성공적으로 내딛었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rinny@osen.co.kr
안산밸리록페스티벌 전경. CJ E&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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