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에 무너진 이신형, 기본에 충실했던 조성주
OSEN 고용준 기자
발행 2013.07.30 20: 09

기본기에서 갈린 승부였다. 30일 서울 용산 온게임넷 e스포츠 상설경기장에서 벌어진 '2013 WCS 코리아 시즌2' 조성주(16, 프라임)와 이신형(20, STX)의 4강전 경기는 많은 전문가들과 팬들이 볼 때 어른과 아이의 싸움이었다.
현존 최강의 선수라는 평가와 함께 STX를 9년만에 프로리그 결승행에 견인한 이신형과 주목받는 신예이기는 하지만 메이저무대 경험이 사실상 전무했던 조성주의 대결이었기 때문. 그러나 결과는 조성주가 예상을 뒤업고 4-0 셧아웃 승리를 거뒀다. 덧붙이자만 이신형의 완전한 KO 패였다.
먼저 칼을 뽑은 쪽은 조성주였다. 조성주는 무난하게 출발한 이신형을 상대로 초반부터 거세게 흔들기에 나섰다. 무난하게 운영전을 벌일 경우 경험이 풍부한 이신형에게 유리할 것이 없다는 판단이 조성주를 빠르게 움직이게 만들었다.

반면 이신형은 조성주의 첫번째 견제가 막힐 경우 물 흐르듯 힘을 키워 실력으로 잡겠다는 계산이 서 이었다. 상대방의 진영을 파악해야 할 스캐너 탐색을 밴시를 찾는데 소모하면서 조성주의 날카로웠던 첫 러시를 막지 못했다. 2세트 역시 조성주의 올인에 허무하게 패배하면서 0-2로 밀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소위 '가위 바위 보 싸움'이라고 불리는 빌드 싸움에서 진 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세번째 판부터는 이야기가 다르다. 경기 전 인터뷰에서 "아직 결승에 가기에는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던 이신형의 생각이 결국은 상대를 얕잡아 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세트에서도 이신형의 시작은 병영 없이 앞마당에 사령부를 건설하는 것이었다. 반면 조성주는 이신형의 진영 가까운 곳에 동시에 2개의 병영을 건설하면서 급습을 준비했다. 사실상 승부는 여기서 갈렸다.
병영을 먼저 건설하고 앞마당을 건설하는 상황이었다면 이신형의 평소 실력을 감안할 때 막을 확률이 높았을 것이다. 운이 따르지 않아 앞마당이 깨지거나 취소하더라도 0-2로 뒤쳐진 상황에서 배짱 더블 사령부는 이해가 안된다는 것이 경기를 지켜보던 전문가들의 반응.
 
한 전문가는 "경기를 살펴보면 이신형이 조성주를 얕잡아 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화염기갑병이 다운 그레이드된 영향이 아니라 순수하게 선수가 상대를 얕봐서 패배를 자초한 상황"이라며 "조금 더 세심하게 경기를 풀어갔다면 절대로 0-4 패배는 있을 수 없다"라고 조목조목 이신형의 패배를 꼬집었다.
이어 그는 "조성주는 정말 기본기에 충실했다. 마치 예전 임요환이 홍진호를 상대로 3연속 벙커링으로 승리할 때 처럼 흔들린 상대를 계속 흔들었다. 운영으로 승리한 것이 아니지만 어린 선수가 너무나 영리하게 자신의 손으로 승리를 만들었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전문가의 말처럼 조성주는 치밀한 판짜기를 준비해왔다. 경기 후 조성주는 "1세트를 이기면 이어서 패배할 때까지 올인 전략을 준비했다. 쉽게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닌데 상대를 흔들자는 생각이 잘 통해서 이길 수 있었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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