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당 아냐’, 김명성의 연이은 호투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07.31 10: 30

스피드만 빨라진 것이 아니다. 변화구는 아직 미완이었으나 볼 끝이 살아 움직였던 만큼 계투 추격조로 충분히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줬다. 게다가 그는 병역 특례 혜택을 받아 야구에 전념할 수 있는 조건까지 갖춘 투수다. 지난해 6월 트레이드로 가세한 두산 베어스 3년차 우완 김명성(25)은 패배 속에서 자신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김명성은 지난 30일 친정팀 롯데와의 사직 원정경기서 2이닝 1볼넷 1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비록 2-6으로 지고 있던 상황이었으나 선발 노경은의 6이닝 후 남은 이닝을 잘 막아내며 다음 경기를 위한 분위기도 살려냈다. 앞서 27일 잠실 LG전서도 2이닝 1볼넷 2탈삼진으로 호투하며 두산 이적 후 첫 1군 두 경기서 무피안타 무실점을 이어간 김명성이다.
중앙대 시절 리그 최고 투수로 활약하며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도 승선, 병역 특례를 받은 김명성은 롯데에 1라운드 지명되었으나 4경기 1패 평균자책점 9.39의 기록만을 남겼다. 성장세가 더딘 유망주였던 만큼 롯데의 기대치가 떨어져갔고 지난 시즌 중 백업 포수를 필요로 했던 롯데는 두산에서 용덕한을 데려오며 김명성을 보냈다. 용덕한은 당시 두산 포수진에서 전략 이해도가 가장 높고 투수들의 선호도가 대단했던 포수다.

용덕한이 지난해 준플레이오프에서 친정팀을 울린 데 반해 김명성은 1군 대신 2군에서 한 시즌을 마쳤다. 미래를 위해 즉시전력 포수를 보낸 두산의 트레이드에 대해 팬들은 ‘김명성은 뭐하나’라며 아쉬운 목소리를 높였다. 올 시즌 전 “이제는 자신감이 붙어가고 있다”라던 김명성은 사실 어깨 통증으로 전반기 휴식기가 긴 편이었고 공을 놓을 때 좀 더 힘을 싣는데 주력했다.
지금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노력이 경기력으로 조금씩 결실을 맺는 단계에 들어선 김명성이다. LG전서 최고 146km의 직구를 던졌던 김명성을 롯데전서는 최고 149km의 직구를 던졌다. 2군에서는 150km의 공도 던졌다. 롯데 시절 투구 밸런스 붕괴로 인해 135km 이하의 직구에 그쳤던 그가 아니다. 아직 변화구 구사력에 있어서는 확실히 보완이 필요하지만 적어도 공에 자기 힘을 싣는 요령을 깨우쳤다는 것은 높이 살 만 하다.
김진욱 감독은 김명성에 대해 “윤명준과 함께 김명성이 계투 추격조로 좋은 활약을 펼쳐준다면 투수진에 숨통이 트일 것이다. 첫 경기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는데 그 감을 꾸준히 이어간다면 김명성이 분명 제 기회를 스스로 살릴 것 같다”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오뉴월 두산은 선발진 공백은 물론이고 지고 있는 상황에서 분전해줄 젊은 추격조 투수도 절실했던 팀. 늦은 감은 있으나 김명성이 그 자리를 채워가고 있다.
트레이드 당시 현재와 미래를 바꿨다는 평이었으나 미래 가치가 단박에 활용되지 못하며 일찍부터 실패한 트레이드라는 평도 많았다. 그러나 이 경우는 거시적 관점에서 선수의 성장을 기다려야 하는 법. 김명성의 향후 활약을 더욱 지켜봐야 하지만 일단 첫 두 경기서 트레이드가 허당이 아닌 윈윈이 될 가능성을 발견한 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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