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꽃보다 할배'(이하 '꽃할배')가 방송 4회 만에 평균 시청률 5%(닐슨코리아, 케이블가입자 기준)를 넘어서며 케이블 예능프로그램 사상 유래없는 관심과 사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평균 76세, 총합 302세의 H4(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의 유럽여행을 특별한 연출 없이 날 것 그대로 카메라에 담아내고 있는 '꽃할배'(연출 나영석)는 현재 세대간의 벽을 뛰어넘어 전 연령대의 시청자들로부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꽃할배'를 향한 여러 추측들도 범람하고 있는 상황. 이에 OSEN이 나영석 PD를 직접 만나 '꽃할배'를 둘러싼 몇 가지 추측과 오해들을 짚어봤다.

#1. H4 캐릭터를 사전 예측했다?
'꽃할배'가 첫 방송부터 화제가 됐던 것은 영화 '어벤저스'를 연상케 하는 화려한 라인업의 H4 할배들이 각자 뚜렷한 캐릭터를 형성해 재미를 부여했기 때문.
무조건 직진하고 보는 '직진순재'(이순재)를 비롯해, 시종일관 몸이 무거운 '투덜일섭'(백일섭), 모두를 배려하는 따뜻한 성품의 '구야형'(신구), 그리고 노년의 로맨티스트 '낭만근형'(박근형)까지, H4의 캐릭터들은 프로그램에 활력을 더했다.
이에 많은 네티즌은 '나영석 PD의 신의 한 수', '나영석 PD가 캐릭터를 사전에 완벽하게 예측하고 섭외를 진행했다' 등의 감탄사가 쏟아졌다. 하지만 정작 나영석 PD는 이에 대해 "여행 직전까지 어떤 캐릭터도 파악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리얼 버라이어티는 출연자에 대한 이해가 기본이거든요. 그래서 여행 전에 할배들을 자주 만나뵜는데, 아무리 만나뵈도 도무지 캐릭터를 모르겠더라고요. '큰일이다'면서 촬영을 시작했는데, 막상 여행을 시작하니 딱 하루 만에 캐릭터가 자연스럽게 나왔어요. 70~80년을 사신 분들이기에 자신의 가치관이 행동에 그대로 드러났던 거죠. 사전 예측은 전혀 못한거죠"

#2. 대만여행이 '꽃할배' 2탄이다?
현재 4회까지 방송된 '꽃할배'에는 부제가 붙어있다. '배낭여행 프로젝트 1탄'이라는 수식어가 바로 그것. 별다른 설명이 없는 이 부제는 결국 이후 공개된 H4의 대만여행을 '꽃할배' 2탄으로 자연스럽게 둔갑(?)시켰다.
하지만 굳이 따지자면 이는 나영석 PD의 프로그램 기획의도를 살짝 비껴간 것. '배낭여행 프로젝트 1탄'은 H4의 1차 여행, 2차 여행도 모두 아우르는 범주다. 말하자면 유럽도, 대만도 H4가 떠나는 모든 여행은 '배낭여행 프로젝트 1탄'인 셈이다. 나 PD도 이 점에 대해서 조금은 잘못된 오해를 풀고 싶어했다.
"2탄, 3탄..이런 표현을 쓰시던데 사실 이건 부제에 대한 조금은 잘못된 이해에서 비롯된 것 같아요. 저희 제작진은 할배들과 떠나는 배낭여행을 통틀어 1탄이라 생각하거든요. 대만행을 딱히 2탄이라 부르지 않는다는거죠."
'꽃할배' 1탄이 그저 목적지에 따라 유럽편, 대만편으로 나뉜다는 설명. 하지만 나영석 PD 역시 향후 선보일 '꽃할배' 2탄과 3탄 역시 시즌제 개념으로 여러가지 기획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1탄이 할배들과 떠났던 배낭여행이라면, 2탄과 3탄은 대상도 내용도 바뀔 수 있는 거라 보시면 될 거예요. 예를 들면 돌아이와 떠나는 우주여행 프로젝트..뭐 이런 식이죠. 근데 아직 기약은 전혀 없습니다."

#3. 지상파 방송이라면 더 대박?
'꽃할배'에 대한 기사와 게시물에 가장 쉽게 눈에 띄는 댓글 중 하나가 바로 '꽃할배가 지상파에서 방송됐다면 40%~50% 시청률이 됐을 프로그램'이라는 내용이다. 실상 케이블 예능프로그램의 성공 척도를 따질 때 평균 시청률 1%를 넘어서면 성공, 2%가 넘어서면 대박이라는 표현을 종종 사용한다.
하지만 '꽃할배'는 시작부터 3%대의 시청률을 기록한 뒤, 4회 방송에서는 무려 평균 시청률 5.3%, 최고 시청률 7.4%를 돌파하며 자체기록을 경신했다. 수도권 최고 시청률은 8.9%를 기록했으며, 케이블 특성상 재방송이 수도 없이 반복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대중들의 체감 시청률은 분명 훨씬 더 높다.
하지만 '지상파였더라면..'이라는 가정형에 대해 나영석 PD는 다소 수긍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애초 '꽃할배'가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정확히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사실 '꽃할배' 같은 콘텐츠는 섭외 자체에 굉장한 어려움이 있었고, 드라마가 본업인 할배들의 스케줄을 맞추는 게 쉽지 않거든요. 결국 레귤러한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을 수 없다는 이야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도할 수 있는 분위기는 케이블이기에 가능했어요. 지상파는 사실 '영속성'을 담보로 하거든요."
이 같은 설명에 '케이블로 옮긴 게 PD로서 역량을 펼치기 훨씬 수월하다는 말인가?'라고 묻자, 잠시 고민하던 나 PD는 입을 열었다.
"장단은 있어요. 그런 분위기가 이곳 케이블의 장점이라면, 단점은.. 모든 것에 지나치게 변화가 빠르다는 거죠. 자칫 거기에 내 몸을 맞추지 못하면 시도만 하다가 끝날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이런 분위기도 나쁘진 않은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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