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대나 이브랜드(30)는 올해 한국에서 뛰는 외국인 투수 중에서 가장 네임밸류가 높은 선수다. 8시즌 통산 392⅔이닝 19승은 올해 한국에서 뛰는 외국인 투수 19명 중에서도 최다 기록이다.
나이도 만 30세로 아직 한창 때. 시즌 전 이브랜드에 대한 기대감은 높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시즌의 절반이 훌쩍 지난 지금 현재까지 이브랜드 성적은 기대와 동떨어져있다. 21경기에서 3승9패 평균자책점 5.90. 평균자책점은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29명 중 가장 높다.
하지만 이브랜드는 보여지는 성적에 비해서는 비난을 많이 받지 않는다. 오히려 동정을 많이 받는 편이다. 수비 무관 평균자책점을 뜻하는 'FIP(Fielding Independent Pitching)'가 4.00으로 평균자책점과 1.90나 차이가 난다. 그만큼 팀의 수비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브랜드는 지난해 한화와 계약한 후 먼저 한국야구를 접한 라이언 사도스키로부터 "한화의 수비가 좋지 못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브랜드는 사도스키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지만, 이해를 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데뷔 첫 경기부터 수비 불안으로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끈질기게 파울 커트하는 한국 타자들에게 혀를 내두르며 시즌 초반 스스로 무너지는 모습도 있었지만, 팀 수비가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이브랜드가 마운드에 있는 동안 한화가 공식적으로 기록한 실책은 5개. 하지만 기록되지 않은 실책성 플레이가 나오며 이브랜드의 '멘탈 붕괴'가 찾아왔다. 빠르고 힘있는 공으로 삼진 잡는 것보다 변화가 많은 공으로 맞혀 잡는 스타일의 이브랜드이기에 수비 불안은 그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아쉬운 플레이 이후 연타를 맞는 경우가 많았다. 흔히 말하는 멘탈 붕괴의 모습이 자주 보였다.
한화 관계자는 "이브랜드가 시즌 초반 마음 고생이 많았다. 수비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선발이 아닌 중간으로 나가며 자존심 상해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브랜드를 두고 "한화와는 맞지 않다. 다른 팀에서라면 좋은 성적을 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나왔다. 중도 퇴출설도 암암리에 흘러나왔다. 보통의 멘탈이라면 그냥 무너졌을 법도 하다. 비슷한 케이스였던 2010년 호세 카페얀은 승리없이 11패만 당한 채 퇴출됐고, 2011년 훌리오 데폴라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브랜드는 무너지지 않았다. 그는 계속해서 공을 던졌고, 조금씩 이닝을 채워나갔다. 팀도 추락하고 개인 성적도 나지 않았으니 동기부여가 안 될 법도 했다. 그럼에도 이브랜드는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했다. 지난 23일 대전 롯데전에서는 뒤지고 있는 위기 상황에서는 "내가 내보낸 주자는 내가 책임지겠다"고 의욕을 보이며 더 던졌다. 불펜에서 두 번 선발승을 날리고, 퀄리티 스타트에도 패전의 멍에를 세 번 쓰는 불운에도 꿋꿋이 자신의 소임을 다하려 마음먹었다.
이브랜드는 "우리팀에 고정된 선발이 얼마 없다. 내가 선발로 나가는 경기에서라도 많이 던져야 우리팀 불펜을 아낄 수 있다"며 "매경기 6이닝 이상 던지고 싶고, 그만큼 승리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멘붕'을 극복한 이브랜드에게서 살아남은 자가 강한 자라는 사실을 새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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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