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라는 독특한 소재를 들고 나타난 KBS 2TV 새 월화드라마 '굿 닥터'가 새롭게 도전장을 냈다. '굿 닥터'가 남다른 힐링 의학드라마로 침체된 월화극의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까.
'굿 닥터'는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성모병원에서 제작발표회를 열고 짧지만 강렬한 여정의 시작을 알렸다. 이 곳에는 배우 주원, 문채원, 주상욱, 김민서, 곽도원과 기민수 감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굿 닥터'는 대학병원 소아외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전문의들의 노력과 사랑을 담은 휴먼 메디컬 드라마. 서번트 신드롬을 지닌 자폐성향의 발달장애 청년 박시온(주원 분)이 세상의 편견을 극복하고 소아외과 전문의로 성장하는 과정과 함께 탁월한 의술을 지녔지만 남모르는 상처를 가진 부교수 김도한(주상욱 분), 털털한 매력으로 두 사람을 따뜻하게 보듬어가는 여의사 차윤서(문채원 분)의 활약을 그린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자폐라는 소재다. 많은 의학드라마들이 등장해 이른바 '의학드라마 불패신화'를 이룩한 바 있지만 이처럼 독특한 소재를, 그것도 자폐를 가진 의사라는 소재를 들고 나온 것은 독특하기 그지없다.
자폐와 서번트신드롬을 앓는 주인공 박시온 역을 맡은 주원도 이에 대한 어려움을 밝혔다. 그는 제작발표회에서 "기존 우리에게 알려진 자폐 성향 사람들의 이미지는 고정돼 있다. 그런데 저는 의사이기 때문에 심해서도, 그렇다고 너무 정상이어도 안 된다"면서 "여러 사람들의 말을 들으면서 잘 조율해 촬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드라마가 이처럼 어려운 길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연출을 맡은 기민수 감독은 "소아외과라는 공간에 아이의 마음을 가진 이가 떨어졌을 때, 그 아이의 마음으로 의료행위를 하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하는 궁금증 하나를 가지고 임하고 있다"며 드라마의 의도를 설명했다. 또한 극중 병원 부원장 강현태 역을 맡은 곽도원은 "이 드라마가 장애인 분들에게 부족하고 불편한 부분이 있을지라도, 용기내실 수 있는 작은 힘이 되셨으면 한다"고 밝혔다.
소아외과라는 배경도 '굿 닥터'가 가진 따뜻한 메시지와 맞닿아 있다. 이에 대해 KBS 이강현 드라마국 국장은 "그동안 소아외과를 다루는 드라마가 그다지 없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이 작품에는 아픈 아이를 지켜보는 부모의 절절한 사연, 생명력 있는 아이들, 그리고 그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불철주야 고생하는 의사들의 이야기가 그려진다"고 말했다.
기민수 감독은 이날 '굿닥터'가 담고 있는 메시지에 대한 질문에 시 한편을 가슴 속에 담아두고 있다며 다소 엉뚱한 답을 내놨다. 그는 "광화문 서점에 걸려 있던 시다. '나였던 그 아이는 어디로 갔을까. 아직도 내 안에 있을까. 아니면 사라졌을까'"라며 취재진 앞에서 시를 읊었다. 그리곤 "박시온은 환상적인 캐릭터다. 오히려 주변 인물들이 그에 의해 성장하고 치유받는 이야기"라고 드라마에 대해 설명했다.
의학드라마는 어느 정도 시청자들의 관심을 기본 이상 받고 간다 해서 '불패 신화'로 불리곤 한다. '굿 닥터'가 이러한 일반적인 의학드라마를 넘어서 남다른 힐링 코드와 따뜻한 메시지로 안방극장을 흔들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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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