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의 궁여지책 제로톱, 아쉬움 속 희망 봤다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3.08.01 07: 21

정통 스트라이커 부재를 안은 수원 삼성이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제로톱 실험에서 명과 암을 봤다.
수원은 지난달 31일 오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라운드 홈경기서 전반 37분 홍철의 선제 결승골과 종료 직전 조동건의 쐐기골을 묶어 부산을 2-0으로 물리쳤다.
수원은 2주 만에 재개된 K리그 경기에서 새 공격진과 전술을 선보였다. 정통 스트라이커의 부재로 인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정대세(재활기간 2~3주)는 발등 부상으로 팀을 이탈했고, 장신 스트라이커 라돈치치와 스테보 등도 팀을 떠났다. 

수원의 서정원 감독은 궁여지책으로 제로톱 카드를 꺼내들었다. 부상에서 복귀한 조동건 아래에 중국 우한에서 영입한 165cm의 단신 공격수 산토스를 배치했다. 좌우 날개엔 홍철과 서정진이 나란히 섰다.
서 감독은 경기에 앞서 "정대세 라돈치치 스테보가 모두 빠져 정통 스트라이커가 없다. 조동건도 최전방보단 섀도우 스트라이커에 가깝다"면서 "앞선에서 윤활유 역을 해줄 산토스가 왔는데 정작 골을 넣을 스트라이커가 없다. 안되면 나라도 뛰어야지(웃음)"라고 농을 던지며 어려운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서 감독은 곧 "안타깝지만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조동건 서정진 산토스 등이 미드필드에서 빠른 템포로 수비를 흔들어야 한다"라며 대비책을 밝혔다.
어느 정도 계산이 들어맞았다. 산토스는 이날 70%의 몸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제로톱의 기둥 역을 해냈다. 수원이 그간 타깃형 스트라이커를 앞세워 선 굵은 축구를 구사했다면 이날은 산토스를 필두로 아기자기한 축구를 구사하고자 했다.  
몸에 맞지 않은 옷이었기에 썩 만족스럽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희망을 봤다. 제로톱의 중심 산토스는 동료들과의 호흡에서 과제를 남겼지만 특출난 개인기, 자로 잰 듯한 패스로 공격 전방위에서 기회를 창출했다. 그의 파트너 조동건도 부상 복귀골을 신고하며 후반기 활약을 기대케 했다.
서정원 수원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서 "외국인 선수가 많이 빠져 나가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우리 선수들이 하나로 똘똘 뭉쳤다. 스트라이커가 없었지만 조동건과 산토스가 그 공백을 잘 메웠다"면서 "조동건은 부상에서 복귀해 골을 터트리는 등 만족스러웠다. 산토스의 가세로 유기적인 움직임이 이루어졌고, 패스 연결도 반 템포 빨라졌다"라며 합격점을 매겼다.
과제도 남겼다. 정통 스트라이커 부재를 절감했다. 문전에서의 마무리가 아쉬웠다. 전반 37분 상대 골키퍼의 키를 넘기는 홍철의 선제골과 종료 직전 정성룡의 도움을 받은 조동건의 추가골이 전부였다. 서 감독도 "스트라이커가 있었으면 더 좋은 작품이 나왔을 것 같다"라며 진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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