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 때보다 독설로 살이 떨리는 방송이었다. MBC 토크쇼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 전설의 주먹 박남현, 유태웅, 홍기훈이 출연해 주먹보다 강한 입담을 자랑했다.
‘라디오스타’는 지난 달 31일 개그맨 김진수로부터 비롯된 ‘전설의 주먹’ 특집을 마련했다. 연예계 싸움 순위 상위권이라는 세 명의 남자들이 털어놓는 과거 사건과 사고는 상당히 흥미로웠다.
소싯적에 주먹 좀 쓰던 이들의 웃지 못할 일화들은 쉴 새 없이 웃음이 터졌다. 깐족거리는 선배 김정렬 탓에 자꾸 싸움에 휘말렸던 홍기훈과 “난 그런 사람이 아니다”면서 싸움꾼이라는 시선에 맞섰지만 오히려 겁박으로 느껴졌던 박남현, 싸우다가 다친 후 혼날까봐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전국민적인 거짓말을 했다며 용서를 빈 유태웅까지. 이날 ‘라디오스타’는 어디 하나 독하지 않은 이야기가 없는 ‘독한 혀들의 전쟁’이 펼쳐졌다.

해명조차도 눈을 부릅뜨면 협박이 되고, 결벽증이 있다고 호소해도 우락부락한 근육에 자꾸 시선이 가며, 제 아무리 싸움 순위를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을 해도 순화되지 않는 이들 앞에서 독하디 독한 ‘라디오스타’ MC들은 오랜 만에 움츠려들었다.
덜덜 떠는 화면 구성이 전혀 어색하지 않고 당연하게 받아들여질 정도. 강한 입담으로 무장한 MC들을 들었다 놨다하는 세 명의 주먹 스타들의 이야기는 야심한 밤에 귀를 쫑긋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세 사람은 ‘전설의 주먹’이라는 점 외에도 오랜 만에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이들은 간만의 예능 나들이에서 어디에서 하지 못했던 진심을 털어놓고 갔다.
홍기훈은 후배들에게 무섭고 잘 때리는 선배로 유명했던 과거가 실수라면서 반성을 하며 용서를 구했다. 박남현은 자신을 무서운 사람으로 보지 말아달라고 당부를 했으며, 유태웅은 애처가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강하게만 보이는 남자들의 숨겨진 속내는 독한 이야기들이 쏟아지는 가운데서도 깊은 잔상을 남겼다. 아름답게 포장하는 대신 툭 던져놓고 스타들의 이야기의 진정성 여부는 시청자들에게 맡기는 ‘라디오스타’의 투박한 구성이 돋보이는 방송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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