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박준서(32)는 작년 데뷔 후 최고의 전성기를 보냈다. 시즌 중반 깜짝 활약을 보이면서 1군에 자리를 잡았고, 포스트시즌에는 결정적인 홈런으로 팀을 플레이오프로 이끌기도 했다.
작년 박준서가 주목을 받았던 건 인간승리 스토리, 그리고 '트랜스포머'와도 같은 변신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2004년 손목부상 이후 스위치히터로 전환했던 박준서는 지난해 좌타석과 우타석에서 모두 고른 활약을 보여줬다. 게다가 수비 포지션도 내외야를 가리지 않는다.
올 시즌 역시 박준서는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다. 타율 2할8푼6리(77타수 22안타), 홈런은 없지만 무려 22타점을 올리고 있다. 안타수와 타점이 같을 정도로 해결사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는 박준서는 50경기 출전 치고는 타수가 적지만 이제는 찬스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타자다.

이는 박준서의 득점권 타율이 말해준다. 득점권 타율 5할, 대타 타율 3할5푼3리를 기록 중인 박준서는 올 시즌 결승타 5번으로 공동 1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50경기 출전에 결승타 5번, 박준서는 자신이 나선 경기에서 10번에 한 번은 팀을 승리로 이끄는 한 방을 보여줬다.
이처럼 박준서의 활약은 작년과 다를 바 없지만 타석에서는 달라진 점이 있다. 작년 박준서가 스위치 타자로 좌우타석을 오가며 활약했다면 올 시즌 박준서는 주로 좌타자로만 나서고 있다. 이는 박준서의 투수유형별 성적을 보면 드러난다. 박준서는 좌투수를 상대로 6타수 무안타에 그쳤고 우투수를 상대로는 47타수 14안타 타율 2할9푼8리를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언더핸드 상대로는 24타수 8안타 타율 3할3푼3리다.
스위치히터는 좌투수가 나왔을 때 우타석에, 우투수나 언더핸드가 나오면 좌타석에 선다. 즉 박준서는 좌투수가 나오면 대타로 교체됐고 우투수나 언더핸드가 나왔을 때 좌타석에서 주로 타격을 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박준서는 "올해 감독님이 좌타석에 집중했으면 좋겠다고 말씀 하셨다. 그래서 나 역시 그렇게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많은 스위치히터들이 좌타석과 우타석 성적 편차를 보이고, 결국 한쪽 타석으로 굳어지게 된다. 양쪽 타석에서 모두 타격에 능하기 위해서는 훈련양이 곱절로 늘고, 양쪽 모두 잘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원래 우타자였던 박준서가 스위치히터를 거쳐 이제는 좌타자로 거듭나고 있다는 점이다. 겉에서 보는 사람은 박준서를 가리켜 '변신의 귀재'라고 말할 테지만, 실은 그의 엄청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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