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외야수 정형식(22)의 고향은 광주다. 진흥고를 졸업한 뒤 2009년부터 삼성에서 뛰고 있는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고향에서는 이렇다할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올 시즌 광주구장 성적만 봐도 타율 1할2푼5리(8타수 1안타) 2득점에 불과하다.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라운드를 종횡무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그의 소박한 바람이었다.
'간절하면 이뤄진다'고 했던가. 정형식은 지난달 31일 광주 KIA전서 선발 출장의 기회를 얻었다. 전날 경기에서 자신의 파울 타구에 맞은 배영섭(27) 대신 1번 중견수로 선발 명단에 포함됐다. 정형식은 시즌 첫 아치를 쏘아 올리는 등 그동안의 아쉬움을 한꺼번에 날렸다.

첫 타석부터 그의 방망이는 힘차게 돌아갔다. 1회 KIA 선발 윤석민의 3구째를 밀어쳐 좌중간을 가르는 3루타로 연결시켰다. 최형우의 좌익수 희생 플라이 때 여유있게 홈인.
3회와 5회 2루 땅볼로 아쉬움을 자아냈던 정형식은 6회 볼넷을 고른 뒤 득점까지 올렸다. 그는 9회 1사 2루서 KIA 5번째 투수 오준형의 4구째를 잡아 당겨 오른쪽 펜스 밖으로 넘겨 버렸다. 비거리는 110m. 뒤늦게 터진 올 시즌 마수걸이 홈런이었다.
정형식은 시즌 첫 대포를 가동했지만 이렇다할 감정 표현을 하지 않았다. 이승엽이 "세리머니는 하지 마라"고 말했기 때문. 이미 승부가 기운 상황에서 홈런 세리머니를 선보이면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니기에. 5타수 2안타 2타점 3득점. 이만 하면 알토란 같은 활약이다.
김한수 삼성 타격 코치는 올 시즌을 앞두고 "지난해 배영섭이 부진할때 정형식이 제 역할을 잘 해줬다. 조커 역할을 하는 정형식의 활약이 중요하다. 최형우(좌익수)-배영섭(중견수)-박한이(우익수)로 외야를 꾸린다고 가정했을때 정형식이 한 번씩 나가서 잘 해준다면 팀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었다.
정형식은 이날 경기를 통해 자신의 존재 가치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무엇보다 고향땅에서 펄펄 날았으니 그 기쁨은 배가 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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