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칭스태프의 배려 속 한 경기 선발 라인업에서 빠져 휴식을 취했다. 그래서 어떻게든 활약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풀타임 시즌을 치르는 거의 모든 선수들은 크고 작은 부상을 안고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팬들은 잘 모르는 숨겨진 노력과 인내인 만큼 그들은 속으로 자신을 다잡고 그라운드에 나선다. 근원은 바로 책임감. 시즌 개막 3경기 만에 입은 부상을 참고 견디고 있는 ‘타격 기계’ 김현수(25, 두산 베어스)도 그 책임감을 바탕으로 팀에 공헌 중이다.
김현수는 지난 7월 31일 사직 롯데전서 1회초 상대 선발 송승준의 커브(122km)를 받아쳐 좌월 선제 결승 솔로포로 연결했다. 이 홈런포로 김현수는 2년 만에 한 시즌 10홈런 고지를 밟았고 팀은 김현수의 결승포와 선발 이재우의 5이닝 1실점 비자책 관록투, 8회 쐐기 5득점 등을 묶어 9-1 승리를 거두고 4위 자리를 지키는 동시에 롯데전 6연패 사슬을 끊었다.

올 시즌 김현수의 성적은 81경기 3할1푼6리 10홈런 61타점(7월 31일 현재)으로 뛰어나다. 약관의 나이에 타격왕(2008년 3할5푼7리)에 오른 김현수를 기억하는 이라면 아쉬워할 법도 하지만 그는 충분히 여러 시즌을 치르면서 검증기를 거쳤고 두산 타선에 없어서는 안 될 타자가 된 선수다. 그 김현수가 개막 후 3번째 경기이자 홈 개막전인 지난 4월2일 잠실 SK전에서 조성우의 큼지막한 타구를 펜스 플레이로 잡으려다가 오른 발목 부상을 당한 것도 팬들에게 널리 알려졌다.
사실 김현수의 발목 부상은 발목 하단에서 발바닥에 가까운 부위에 뼛조각이 돌아다니며 통증을 일으키는 증상. 따라서 발걸음을 딛는 자체가 김현수에게는 힘이 드는 일. 시즌을 치르며 관리를 하고 코칭스태프, 트레이너진의 배려 속에 크게 악화시키지 않고 시즌을 치르는 자체가 팬들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아픈 김현수에게 긴 공백기를 주는 것도 사실 두산에게는 부담스러운 일. 김현수는 올 시즌 고의볼넷 6개를 얻어내며 정근우(SK)와 함께 전체 타자들 중 공동 1위이며 득점권 타율도 3할3푼으로 준수하다. 검증된 중심타자인데다 나쁘지 않은 일발장타력도 지닌 만큼 상대 투수들은 두산 타선에서 김현수를 가장 두려워한다. 수비 면에서도 김현수는 좌익수로 선발 출장했다가 필요에 따라 1루수로도 출장한다.
기록 이상의 공헌도를 지닌 만큼 팀 입장에서도 쉽게 빼기 힘들다. 스스로도 팀에서 자신의 역할을 100% 모사하는 대체자가 없다는 점을 알고 있는 김현수인 만큼 “어떻게든 버티자”라는 각오로 올 시즌을 보내고 있다. 경기 후 김현수는 “몸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전날(7월 30일) 코칭스태프의 배려 속 휴식을 취했다. 그만큼 오늘은 어떻게든 활약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라고 밝혔다.
뒤이어 그는 “몸은 완벽하지 않다. 그러나 앞으로 통증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래서 팀이 좋은 경기력을 펼치는 데 좀 더 보탬이 되고 싶다”라고 답했다. 평소에도 김현수는 주변인들의 “괜찮은가”라는 우려에 “다들 저 정도 아픔을 갖고 뜁니다”라며 자신을 더욱 담금질한다. 통증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김현수의 답은 책임감의 다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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