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윤, 이라는 이름은 어쩌면 아직 사람들에게 낯선 이름일지 모른다. 그러나 이름 아닌 얼굴을 들여다보면 왠지 모를 익숙함에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벌써 경력만 18년 차인 이 배우는 또 한 명의 잘 자란 아역 스타다. 어린 시절의 귀염성이 남아있는 훈훈한 마스크와 아역 출신 배우치고 드물게 큰 키(185cm), 거기에 뛰어난 연기력까지 갖출 것은 다 갖췄으니 지켜볼 만한 하다.
오승윤은 MBC 월화드라마 ‘불의 여신 정이’ 초반부 아역 분량에서 배우 박건형이 맡은 이육도의 어린 시절 역을 맡아 활약했다. 짧은 분량이었지만 그는 누구보다 돋보이는 존재감으로 도자기에 대한 고집과 애정이 투철한 이육도를 그려냈다. 짧은 시간 나오는 것이 아쉽지는 않았느냐는 묻는 질문에 그는 “잘 해야겠다는 생각 밖에 없었다”라고 손사래를 쳤다.
“전혀 작은 분량이라 생각하지 않았어요. 제 머리 속에는 잘 해야 되겠다는 생각. 초석을 제대로 깔아야겠다는 생각이 가득했거든요. 아역 배우로 활동하다 스무 살이 넘어가면서 생각한 건 이제 시작이다, 라는 각오에요. 그 생각을 하면서부터는 이것저것 하려고 배역을 따지지 않고 다 출연했던 것 같아요. 이번 역시 좋은 기회였어요. (스토리 상) 5년 전 어린 시절의 이야기지만 확실히 임팩트가 강한 신들이 많았거든요. 이육도를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은 회마다 확실하게 있었어요. 잘해야겠다는 욕심이 컸죠”

비록 아역으로 참석한 것이었지만, 현장에서는 아역 배우들 보다 선배 배우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훨씬 많았다. 그는 ‘불의 여신 정이’ 현장에 대해 “배울 것이 너무 많아서 좋았다. 정말, 진짜 좋았다”며 눈을 반짝였다.

“전광렬 선배님과 함께 하는 신들이 많았어요. 선배님을 처음 뵙기 전에는 전광렬, 하면 이름 석자에서 밀려오는 중압감 같은 게 좀 있었어요. 너무 대 선배님이시니까…잘해야 할 텐데 하는 마음이 많았어요. 또 한편으로는 지기 싫은 것도 있었고요. 감히, 나도 대사를 할 수 있는 정도로 됐으면 좋겠다, 그런 부담감 혹은 욕심이었죠. 여러모로 긴장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처음 선배님을 만났을 때 제 나이를 물어보시고는 ‘아빠 뻘이네? 아버지지 뭐’ 이러시면서 잘해주시는 거예요. 그래서 그런 긴장을 조금이나마 풀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비록 아역 배역을 맡긴 했지만, 오승윤은 이제 어엿한 23살 청년이다. 드라마 ‘사랑비’에서는 제 나이에 맞는 역할을 했고, ‘근초고왕’에서는 제 나이를 훌쩍 뛰어넘는 20대 후반 역할까지 소화했다. 배역으로만 보면 고무줄처럼 왔다 갔다 하는 나이의 인물들을 소화하고 있는 셈.
“배우는 뭐든지 해야 하니까요. 식상한 말이 아니라 배우는 다 해야 해요. 어린애도 해야 하고, 나이 보다 더 연륜이 있는 배역도 해야 하고요. 김수미 선생님도 ‘전원일기’ 때 젊은 나ᅟᅵᆼ에 할머니 연기를 하셨듯이, 저 역시 배역의 나이와 상관없이 주어진 것을 열심히 하려고 해요”
사실 오승윤은 20대 또래 많은 친구들에게 ‘매직 키드 마수리’의 주인공 마수리로 기억되고 있는 배우다. 어린 시절 유명세를 탔던 아역배우들이 그렇듯, 배역의 이름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일은 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배우 자신에게는 큰 스트레스와 부담감을 줄 법 하다. 그러나 오승윤은 “이제 흘려들을 수 있는 나이가 됐다”라며 초탈(?)한 모습을 보여줬다.
“아직까지는 그 때로 많이 기억을 하시는 것 같아요. 오히려 요즘에 더 기억하시는 것 같기도 하고요. 중, 고등학교 때는 조금 의식되는 게 있었어요. 그렇지만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아요. 제가 제 입으로 말하고 친구들이랑 있을 때도 ‘아 목걸이만 있으면 바로 갈 수 있는데’ 이러면서 농담도 하고요. 이제는 흘려듣고 순응할 줄 아는 나이가 됐나 봐요. 또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하면 그걸 기억하는 분들에게는 예의가 아니잖아요. 그걸로 기억에 많이 남는 건 당연하고, 감사한 일이에요. 제 입장에선 다른 걸 더 보여 드리려 노력할 거고요”

현재 오승윤은 웹툰 원작 영화 ‘스토커’에 출연을 확정짓고 준비 중이다. 그는 “스포일러라 말씀 드릴 수 없지만 제일 해보고 싶었던 역할을 ‘스토커’에서 하게됐다”며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스토커’가 끝난 뒤에는 ‘불의 여신 정이’에서 차마 보여주지 못했던 로맨스도 보여주고 싶단다.
“닥치는 대로, 뭐든 주어지는 대로 맡아 역량을 쌓는 게 필요한 시기인 것 같아요. 정말 배우는 건 지금부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뭐든 하면서 배우고 시청자분들께 저를 보여드리는 게 우선이에요. 연기적으로 다양한 모습 보여 드리고 싶어요. 정말 매력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제 이름이 이야기 중에 그냥 흘러나왔을 때 ‘어, 걔 연기 잘하더라’ 이렇게 얘기해 주실 수 있는 그런 배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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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