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 계투로 첫 풀타임 전반기를 성공적으로 보내다 후반기 시작과 함께 대난조에 빠졌다. 올 시즌 투수진에 불가결한 투수인 만큼 반드시 그를 되살려야 했다. 두산 베어스 타자들의 7월 31일 롯데전 8회 쐐기 5득점은 쉬고 나온 셋업맨 오현택(28)의 감각 회복을 위해 마련된 귀중한 점수였다.
두산은 지난 7월 31일 사직 롯데전서 김현수의 선제 결승 솔로포, 선발 이재우의 5이닝 1실점 비자책 호투. 그리고 8회 쐐기 5득점 등에 힘입어 9-1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4위 자리도 지키고 롯데전 6연패에서 가까스로 벗어난 두산이다.
특히 8회초 오재원-양의지-손시헌의 적시타로 쐐기 5점을 뽑은 것은 두산에게도 큰 힘이 된 순간이다. LG와 함께 2할8푼8리 팀 타율 공동 1위를 자랑하는 두산 타선의 파괴력을 다시 한 번 보여준 동시에 후반기 들어 부진한 모습을 보여 그동안 개점휴업 중이던 오현택에게 여유있는 상황에서 자기 공을 던질 수 있는 기회를 주었기 때문이다.

상무 제대 후 올 시즌 첫 1군 풀타임 시즌을 소화 중인 오현택은 8회 팀의 다섯 번째 투수로 등판해 1이닝을 삼자범퇴로 마무리하며 감을 잡아냈다. 정훈을 3루 땅볼로 잡아낸 오현택은 손아섭을 중견수 뜬공, 장성호를 삼진 처리하며 8점 차 리드 속에서 1이닝을 잘 막아냈다. 오현택의 올 시즌 성적은 44경기 3승2패5세이브4홀드 평균자책점 2.92다.
사실 오현택은 후반기 개막 후 세 경기서 매번 흔들리며 팀의 우려를 자아냈다. 전반기 40경기서 47이닝을 소화하며 선발 등판 자체가 없던 9개 구단 계투 요원 중 가장 많은 이닝을 기록했던 오현택은 후반기 첫 세 경기서 모두 실점하며 평균자책점 27.00에 피안타율 4할5푼5리로 던지는 족족 공략당했다. 특유의 무브먼트가 살아나지 않으며 위기에 빠졌던 오현택이다.
시즌 초반 마무리 보직까지 소화하며 중간계투로서 더없이 좋은 활약을 펼쳤던 오현택의 부진으로 김진욱 감독도 고민이 컸던 것이 사실. 26일 LG전서 ⅓이닝 2피안타 1피홈런 3실점으로 상대에게 추격권 진입을 허용했던 오현택에 대해 김 감독은 5일 간의 개점휴업 기간을 주었다. “그간의 피로도가 있던 만큼 쉬면서 구위를 회복할 수 있었으면 한다”라는 것이 오현택에 대한 배려의 이유였다.
7월 마지막 경기였던 롯데전서도 8회 쐐기 5득점이 없었다면 오현택의 등판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선발 이재우에 이어 윤명준 그리고 실점 위기서 셋업맨 홍상삼으로 바통이 이어진 만큼 4-1 상황에서 8회초 득점이 없었다면 홍상삼으로 한 이닝을 더 끌고 가고 마무리 정재훈에게 경기를 맡기려 했던 것이 두산의 당초 복안. 그러나 8회초 쐐기점 덕분에 두산은 오현택에게 재반등할 수 있는 모의고사의 기회를 주었고 오현택이 8회말을 잘 막은 덕택에 더불어 변진수도 9회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보다 좋은 모습을 보였다.
야구는 단체 스포츠다. 투수놀음이라고 해도 타선의 도움이 없다면 승리할 수 없고 타자들이 분전해도 투수가 버텨내지 못하면 그 팀은 패하게 마련이다. 두산의 8회초 쐐기 5득점은 후반기 첫 세 경기서 걷잡을 수 없이 흔들렸던 오현택을 다잡아주고 다시 살아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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