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완 계투 없으니까”, 두산의 허점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08.01 13: 30

강팀의 요소 중 하나는 바로 믿음직한 원포인트 좌완 릴리프의 보유 여부. 11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바라보고 있는 LG의 경우도 베테랑 좌완 류택현-이상열이 있다는 점이 큰 힘이 된다. 어쩔 수 없이 대타 카드를 꺼낼 수 있게 유도해 상대 타선의 경기 중후반 교란을 이끌 수 있기 때문. 9개 구단 중 유일하게 좌완 계투 없이 투수진을 운용 중인 두산 베어스의 최대 고민이 바로 왼손 계투 보유 여부다.
두산은 현재 시즌 전적 44승2무37패(7월 31일 현재)로 4위를 달리고 있다. 3위 넥센과 한 경기 차까지 다가섰으나 5위 롯데와도 한 경기 반 차로 가시권에 있다. 그래도 오뉴월 투수진 운용 자충수에 빠져 걷잡을 수 없이 흔들렸던 때보다는 낫다. 조만간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가 1군에 복귀하고 새 외국인 투수 데릭 핸킨스도 패하기는 했으나 첫 경기부터 6이닝을 던졌다.
김명성-윤명준 두 명의 1라운드 출신 신예 우완도 최근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어 향후 추격조로 중용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다만 두산의 발목을 잡는 것은 원포인트릴리프라도 나설 왼손 투수가 아무도 없다는 점. 왼손 계투로 시즌을 시작했던 유희관은 어느새 좌완 주축 선발로 자리를 굳혀 슬럼프에 빠지지 않는 한 그를 계투로 편성할 수 없게 되었다.

유희관을 제외하고 두산에서 올 시즌 1군 계투로 등판했던 왼손 투수는 이혜천, 김창훈, 정대현, 신인 함덕주 4명이다. 갓 입단해 그래도 씩씩하게 던진 함덕주를 제외하면 나머지 세 명의 투수들은 전반기 동안 기대에 못 미쳤다. 일본 진출 전 없어서는 안 될 좌완이었으나 최근 3년 간 연이은 부진으로 인해 마음고생을 한 뒤 야구인생의 배수진을 쳤던 이혜천은 13경기 1패 평균자책점 11.57을 기록한 후 1군에서 올라오지 못하고 있다.
희귀한 좌완 사이드암 김창훈의 경우는 3경기 평균자책점 3.38을 기록 중인데 피안타율 4할 이닝당 주자 출루 허용률(WHIP) 2.63으로 투구 내용 자체가 나빴다. 정대현은 5경기 평균자책점 18.41에 피안타율 5할1푼2리 WHIP 3.68을 기록하며 난타당했다. 구위가 쓸 만 하면 제구가 너무도 아쉽고 그래도 존에 던진다 싶으면 구위가 따라주지 않았다.
결국 두산은 왼손 투수 한 명 없이 후반기 레이스를 시작 중이다. 트레이드를 하고 싶어도 다른 팀도 좌완 기근으로 힘들어하고 있고 또 그만큼 부메랑 효과가 클 야수들을 지목한다. 지난 7월 31일 트레이드 기한까지 물밑으로 이야기는 오갔으나 결국 선수 맞교환 거래가 이뤄지지 않은 이유다.
김진욱 감독도 이 점에 대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추격조라도 나서더라도. 그래도 웬만큼 버텨준다면 정말 큰 힘이 될 텐데 좌완 계투가 없다는 점은 나도 아쉬운 일”이라고 한숨을 뱉은 김 감독. 좌완 계투가 경기 중후반 투입될 경우 상대의 대타 카드까지 끌어내 야수진 운용에 동요를 일으킬 수 있을 법 하지만 두산은 이 부분에서 치명적인 약점을 지녔다.
없으면 없는대로 살면 되기는 하다. 그러나 결국 경기 중후반 상대의 시나리오 대로 흘러가는 경기를 지켜볼 가능성도 그만큼 커진다. 좌완 릴리프 없이 페넌트레이스를 치르고 있는 두산. 트레이드 가능성까지 사라진 가운데 두산은 이 부분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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