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현역 마지막 시즌이었는데 리베라는 신인이었다. 첫 해에는 선발 등판하고 4, 5이닝 정도 던지다가 내려갔던 것 같다. 그러다가 중간계투로, 마무리투수로 보직을 바꾸더라. 이후 새로운 역사가 탄생했다.”
지난 7월 28일(이하 한국시간) LA 다저스 돈 매팅리 감독은 마리아노 리베라와의 첫 만남을 회상했다. 현역 시절 양키스를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매팅리 감독은 1995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했는데 1995년은 곧 리베라의 메이저리그 데뷔해였다. 이후 양키스와 리베라는 1996시즌을 비롯해 5번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달성했고 리베라는 메이저리그 통산 최다 세이브 기록을 세웠다.
불과 34살에 은퇴를 결심, 끝내 우승 반지를 껴보지 못한 매팅리 입장에선 리베라에 대한 기억은 달콤하지만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매팅리 감독은 “양키스와 만나는 것은 언제나 흥분되는 일이다. 특히 리베라와는 마지막으로 만날지 모르기 때문에 더 그렇다”고 웃었다. 전설의 마지막을 함께 하는 데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다.

그리고 리베라는 1일 다저스타디움에서 맞이하는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를 완벽하게 장식했다. 3-0으로 팀이 앞선 9회말 마운드에 올라 주무키 컷패스트볼만 12개를 던지며 삼자범퇴로 시즌 34세이브, 통산 642세이브를 올렸다. 지금까지 해왔던 모습 그대로 양키스의 승리를 지킨 것이다. 경기 후 매팅리 감독은 “우리 타자들이 공략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그야말로 리베라의 경기가 됐다. 리베라가 등판한 이상 득점하기 힘들었다”고 9회말 마지막 공격에 대하 이야기했다.
실제로 올 시즌 리베라는 전성기와 다름없는 위용을 뽐내는 중이다. 세이브 부문 리그 전체 2위에 자리하고 있고 세이브 성공률은 94%에 달한다. 원정경기에 나설 때마다 각 구단들은 리베라의 공로를 기리고 있는데 이에 리베라는 세이브로 화답하고 있다. 시간에 떠밀려 퇴장하는 것이 아닌, 최상의 컨디션에서 내려놓기를 결심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때문에 리베라와 상대하는 홈팀 관중들도 팀 패배에도 리베라의 세이브에는 열화와 같은 박수를 보낸다.
이날 경기 전 다저스 구단은 전구단 공식 영구결번의 주인공인 재키 로빈슨의 아내 레이첼 로빈슨의 메시지를 전광판을 통해 보냈다. 레이첼 로빈슨은 “재키 로빈슨이 리베라가 42번을 달고 뛰고 있는 것을 봤다면, 자신과 같은 번호를 단 선수의 활약에 자랑스러워했을 것이다. 물론 양키스 뿐이 아닌 다른 팀에서 42번을 단다고 해도 흔쾌히 승낙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에서 유이한 42번이 접점을 이룬 순간이었다.
리베라는 은퇴 번복과 관련된 다소 지겨운 질문에 “은퇴를 번복하는 일은 없다. 은퇴하면 농장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마지막 시즌을 잘 즐기겠다”고 웃으며 답했다. 그러면서 리베라는 “마지막으로 남은 2개월까지도 최선을 다해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2013시즌이 종료되는 그날까지 양키스 원정경기는 전설을 향한 함성과 박수소리가 가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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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