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이재우, “준우승 한풀이 하고 싶다 ”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08.02 06: 06

“우리 딸? 아직 내가 어떻게 던지는 지는 잘 모르는 것 같아. 그냥 TV 보고 ‘아빠 나왔다’ 이 정도지 뭐”.(웃음)
대학 시절 발목 골절상으로 야수를 포기하고 지명권을 가진 팀에 훈련보조로 입단했다. 그러다가 투수로서 가능성을 인정받아 정식 선수로 데뷔해 홀드왕이 되고 국가대표도 되었다. 원하던 선발 보직을 얻었다 싶은 순간 팔꿈치 인대가 끊어져 수술대에 올랐다. 그리고 1년 후 재활 중 또다시 인대가 끊어져 또 팔꿈치에 칼을 댔다. 오랜만에 선발로 나섰다가 팔꿈치가 다시 아파 낙담했던 그는 세 달 후 선발 2연승에 1214일 만에 비자책 선발승을 거뒀다. 두산 베어스 우완 이재우(33)는 이제 ‘부활’의 꿈을 소박하게 키우고 있다.
이재우는 지난 7월 31일 사직 롯데전에 선발로 나서 5이닝 동안 86구 4피안타(탈삼진 2개, 사사구 2개) 1실점 비자책으로 호투하며 시즌 4승(1패)째를 거뒀다. 2010년 4월4일 문학 SK전 6이닝 1피안타 무실점 이후 1214일 만의 비자책 선발승. 위기 상황에서 야수들의 호수비도 있었고 5회 무사 만루에서는 상대를 단 1점으로 봉쇄하는 위기관리 능력을 뽐냈다.

2005년 홀드왕(28홀드), 2008년 중간계투 11승, 2009년 계투 KILL 라인 맏형으로 활약하는 등 두산 투수진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였던 이재우는 계투로서 고생을 인정받아 2010시즌부터 본격 붙박이 선발로 스타트를 끊었으나 개막 두 경기 만에 팔꿈치 부상으로 이탈했다. 그해 8월 미국 LA 조브 클리닉에서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은 이재우는 재활 막바지였던 2011년 6월 다시 팔꿈치가 끊어지는 비극을 맞았다.
“통증을 참고 묵묵히 던지고자 했었다. 다른 투수들도 ‘오랜만에 던지면 통증이 수반되니 견디면 나아질 것’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그런데 인대가 끊어졌고 알고보니 그 단계에서는 아프면 쉬어야 된다고 하더라”.
지금은 웃으며 당시를 돌아봤으나 인대가 두 번째 끊어졌던 2년 전 이재우는 술잔을 기울이며 “다시 마운드에 서지 못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라며 고개를 떨궜다. 결국 2011년 7월 이재우는 다시 수술대에 올랐다. 두 번의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로 인해 이재우는 하나 남은 손목의 인대를 빼내 자신의 오른 팔꿈치에 이식해야 했다.
2012시즌 막판 1군 실전에도 투입되며 감을 잡아간 이재우는 올 시즌 초반 오랜만에 승리를 올리는 등 4월 괜찮은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5월7일 SK전서 1이닝 4실점 패배와 함께 팔꿈치 건염 판정을 받고 2군으로 내려갔다. “그 때는 아프기도 했고 갑자기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당황스러웠다. 또 끊어지면 끝이라고 생각했다”. 세 달 전 이재우는 그렇게 팔꿈치를 부여잡고 두려워했다.
“팔꿈치가 나아진 뒤 2군에서 힘껏 불펜 투구 100개, 150개 등을 했다. 선발로 뛰기 위한 근력을 키우려고. 그런데 아프지 않더라. 그리고 선발 통보를 받았을 때 이것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다. 내가 다시 살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지금 야구를 그만두면 할 일이 없으니까.(웃음)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뒤이어 그는 “올해는 성적보다 아프지 않고 던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시즌 초반 경기에 나서 승리도 하고 하다보니 어느 순간 욕심이 생겼는데 욕심은 금물이다. 그저 지금은 한 타자 한 타자 전력으로 상대하는 것 뿐이다”라고 답했다. 간절했던 마운드에 다시 섰고 재활을 마친 후 또 한 번 과도기를 거친 이재우는 오히려 겸허한 자세로 야구에 임했다.
다만 팀 성적에 대한 욕심은 확실히 남아있었다. 두산 정식 계약 첫 해였던 2001년 우승 이후 두산은 아직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하지 못했다. 당시 이재우는 그저 엔트리 밖에서 우승을 기뻐하던 인물. 2005시즌에는 삼성에 가로막혔고 2007시즌에는 소집해제를 앞둔 공익근무 요원이었다. 그리고 2008시즌에는 SK의 우승을 상대편 덕아웃에서 바라봐야 했던 이재우는 팀 우승에도 한 몫 하고 싶다는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준우승만 세 번 했다. 다시 기회가 오면 진짜 잘 해내고 싶다. 준우승을 3번이나 경험했으니 이번에는 한을 풀어야 하지 않을까”. 잠실 마운드에 꼭 한 번 오르고 싶다던 2년 전 이재우는 이제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그라운드에서 함께 느껴보고 싶다고 밝혔다. 이재우의 마음 속 바람의 크기는 어느새 더욱 커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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