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홈런왕 경쟁이 접입가경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쉽게 예측하기가 어렵다.
넥센 박병호(27)와 삼성 최형우(30)가 각각 22개와 21개의 홈런을 터뜨리며 1개차로 1~2위에 올라있는 가운데, SK 최정(26)이 19개의 홈런으로 이 부문 3위에 랭크돼 있다. 올해 홈런왕도 박병호·최형우·최정 3명 중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 3위 최정 밑으로 이성열(넥센·16개) 나지완·이범호(KIA·15개) 등이 있지만 격차가 꽤 난다.
야구는 환경의 스포츠다. 특히 홈런은 구장 환경의 변수가 크게 작용한다. 펜스 거리와 바람 영향에 따라 홈런치기 수월한 구장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구장도 있다. 이 같은 구장마다 각기 다른 특성은 홈런왕 레이스에 있어 절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파크팩터를 통해 홈런왕 레이스도 어느 정도 유추해볼 수 있다. 파크팩터란 그 구장이 얼마나 타자에게 유리한지 아니면 투수에게 유리한지 여부를 수치화한 것으로 홈런 파크팩터의 경우 홈경기 평균 홈런 개수를 원정경기 평균 홈런 개수로 나눠 계산할 수 있다. 1.00에서 더 높을수록 홈런이 많이 나오고, 낮을수록 홈런이 적게 나오는 구장이다.
지난 1일까지 홈런 파크팩터를 보면 대구구장이 1.426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 중이다. 최형우는 올해 홈런 21개 중에서 13개를 대구구장에서 쳤다. 대구구장은 좌우 99m, 중앙 120m로 과거보다 구장이 더 넓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바람이 홈에서 외야 쪽으로 흐르고 있어 잘만 맞으면 언제든 홈런을 칠 수 있는 특성이 있다. 대구 경기에서 삼성이 홈런 35개를 쳤고, 원정팀도 33개의 홈런을 때렸다.
대구구장 다음으로는 NC의 마산구장이 1.423으로 뒤쫓고 있고 SK의 문학구장이 1.376으로 홈런 파크팩터 3위에 올랐다. 올해 문학구장은 경기당 평균 1.87개로 전국에서 가장 많이 홈런을 볼 수 있는 구장이다. 펜스거리가 중앙은 120m로 평균이지만, 좌우가 95m로 극단적으로 좁다. 최정도 원정 43경기에서 홈런 8개를 치는 동안 홈 34경기에서 11개의 홈런을 쏘아올렸다. 특히 문학구장에서 펜스가 짧은 좌측으로 4개, 우측으로 2개를 넘기며 구장 효과를 봤다.
대구-마산-문학에 이어 넥센의 목동구장이 1.182로 4위에 있다. 목동구장은 좌우 98m, 중앙 118m로 구장 크기가 작은 편이다. 박병호도 홈런 22개 중에서 16개를 목동구장에서 몰아쳤다. 목동구장은 좌우중간 거리가 짧은 게 특징인데 박병호는 우중간(3개)-좌중간(2개)으로 5개의 홈런을 넘겼다. 하지만 나머지 11개에 비해 큰 숫자는 아니다. 목동구장의 홈런 파크팩터가 생각보다 높지 않은 것도 목동구장에서 넥센이 홈런 50개를 넘기는 동안 상대팀이 27개밖에 못쳐서다.
홈런 파크팩터만 놓고 보면 박병호·최형우·최정 모두 유리한 홈구장을 쓰고 있다. 파크팩터로는 쉽게 홈런왕 레이스를 전망하기 어렵다. 홈경기는 최정이 26경기로 가장 많이 남겨두고 있으며 최형우는 23경기, 박병호가 19경기씩 남아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지켜볼 일이다.
한편 홈런 파크팩터가 가장 낮은 구장은 역시 좌우 100m와 중앙 125m 국내에서 최대의 규모를 자랑하는 잠실구장으로 0.704에 불과하다. 지난해 리모델링을 통해 좌우 100m, 중앙 122m 중형급으로 변모한 대전구장도 올해 파크팩터 0.713으로 잠실구장 다음 홈런 치기 어려운 구장이 됐다. 뒤이어 포항구장(1.000)-광주구장(1.006)-사직구장(1.120) 순으로 파크팩터가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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