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구가 중국을 어떻게 이겨?’ 하지만 이겼다!
한국남자농구대표팀은 1일(한국시간) 필리핀 마닐라 몰오브아레나에서 벌어진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 C조 예선 첫 경기에서 지난 대회 우승팀 중국을 맞아 63-59로 통쾌한 승리를 거뒀다.
노장 김주성이 15점으로 든든히 에이스 역할을 수행했다. 조성민(12점), 양동근(11점) 등 베테랑들이 제 몫을 톡톡히 했다. 승부처 세 선수가 자유투를 하나도 놓치지 않으며 17점을 올렸던 것이 승인이었다. 김선형은 이젠롄의 수비를 뿌리치고 통쾌한 덩크슛을 날려 한국농구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중국은 이젠롄이 23점, 10리바운드로 분전했을 뿐 나머지 선수들은 부진했다. 특히 14개를 시도한 3점슛은 하나도 림을 통과하지 못했다. 이젠롄에 대한 기습적인 더블팀도 잘 통했다. 한국은 17개의 턴오버를 얻어냈다. 진천선수촌에서 한 달 넘게 가다듬었던 그 전술이 제대로 먹힌 셈이다.
대회를 앞둔 한국농구는 온갖 설움을 겪었다. 연습상대가 제대로 없었고, 해외전지훈련 한 번 가보지 못했다. 유럽에서 평가전을 치르고 자국에서 스탄코비치컵을 개최한 중국과 천지차이였다. 심지어 대한농구협회는 체재비를 걱정해 대회 하루 전날 대표팀을 입국시키는 어처구니없는 일정을 짜기도 했다.
방송사도 한국농구를 무시했다. 중계를 맡은 SBS ESPN은 프로야구 때문에 중국전을 밤 11시 30분 녹화로 편성했다. 이마저도 1쿼터를 잘라먹은 채 2쿼터부터 방송했다. 한국의 승리가 확정된 상황에서도 해외축구중계가 더 중요했다. 온전한 경기는 새벽 5시 30분에 틀어줬다.
시청률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스포츠케이블 방송은 그렇다 치자. 그런데 공영방송인 KBS도 한국농구를 외면했다. 중국과 붙으니 으레 질 것이란 인식이 팽배했다. 국민들은 한국농구가 만리장성을 넘는 통쾌한 장면을 생방송으로 볼 권리를 빼앗겼다. 해외인터넷중계를 전전하는 설움을 겪어야 했다.

농구팬들도 믿음이 부족하긴 마찬가지였다. 중국대표팀 주전가드 류웨이가 부상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류웨이가 안 나와도 어차피 중국에는 대패다”, “NBA출신 이젠롄을 어떻게 상대하나?”, “중국은 206cm가 가드인데 한국농구는 한심하다”는 패배의식이 팽배했다.
인터넷중계를 시청하던 일부 도박꾼들은 막판 한국이 리드하자 중국을 거세게 응원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했다. 중국이 이길 것으로 보고 돈을 걸었기 때문이다. 중국승리의 배당률은 1.18에 불과했다. 그만큼 중국이 압도적으로 강하다는 예상이었다. 그들은 푼돈을 벌기 위해 뻔뻔하게 나라를 팔았다가 돈을 날렸다.
아시아선수권은 이제 막 시작했다. 중국전 승리로 한국은 유리한 고지를 점령해 최소 C조 2위를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제부터라도 국민적 성원을 보내줘야 할 때다. 한국은 2일 오후 6시 45분 최강국 이란과 예선 2차전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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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선수권 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