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구단 KT가 초대 사령탑으로 조범현(53) 전 KIA 감독을 낙점했다.
KT는 2일 보도자료를 통해 초대 사령탑으로 조범현 감독을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계약기간은 3년이며 계약금 포함 총액 15억원. 수많은 인사들이 하마평에 올랐지만, KT의 선택은 이미 검증을 끝마친 노련한 지도자였다. 특히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팀 리빌딩을 이끄는데 일가견 있는 감독이라는 점이 높이 평가됐다.
조범현 감독이 돌아오면서 다시금 포수 출신 감독들이 재조명을 받게 됐다. 역대 감독들 가운데서는 소수파에 속하는 포수 출신이지만, 2000년대 들어서 포수 출신 감독 붐을 일으킨 주인공 중 한 명이 바로 조범현 감독이다. KT는 왜 포수 출신 조범현을 선택했을까.

▲ 포수 출신 현역 감독, 10명 중 3명
2일 신생 KT의 창단 감독으로 임명된 조범현 감독을 포함, 이제까지 프로야구 사령탑(감독대행 포함)에 앉았던 이는 모두 62명이다. 이들의 현역시절 포지션을 조사 해보니 절반에 가까운 30명이 내야수 출신이었다. 현재 프로야구 9명의 감독 가운데 내야수 출신은 4명으로 가장 많다.
그 다음으로 많은 게 투수로 18명, 그리고 포수 출신이 8명, 외야수 출신이 6명으로 가장 적다. 현역시절 포수마스크를 썼던 감독은 전체의 13%에 지나지 않는데 모두 자신의 자리에서 한 획을 그은 인물들이었다. MBC와 LG 창단감독으로 LG의 우승을 이끌었던 백인천을 비롯, 배성서·정동진·우용득·김경문·유승안·이만수·조범현 감독이 포수 출신이다.
2009년 조범현 감독이 KIA 지휘봉을 내려놓고, 2011년 6월 김경문 감독이 두산 감독직에서 자진사퇴하자 한국 프로야구는 잠시 동안 포수출신 감독이 사라졌었다. 그렇지만 2011년 8월 이만수 감독이 SK 임시감독으로 취임하면서 그 명맥이 이어졌다. 이후 2011년 말 김경문 NC 창단감독으로 추대되고, 조범현 감독이 이번에 현장으로 돌아오며 다시 포수 출신 현역 감독은 3명이 됐다.
▲ 넓은 시야에 포용력, 포수 출신 감독이 각광받는 이유
흔히 포수를 가리켜 '야전사령관'이라고 부른다. 더그아웃에 감독이 앉아 있다면, 그라운드에 앉아 있는 '제 2의 사령관'은 바로 포수다. 포수는 투수의 컨디션을 누구보다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으며 경험이 많은 포수는 자신의 리드에 따라 수비수의 위치조정을 지시하기도 한다. 자신의 리드에 따라 타구가 향할 가능성이 높은 방향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포수 한 명을 기르는 데는 수년의 시간이 걸린다고 현장에서는 입을 모은다. 그 만큼 포수육성이 힘들기 때문에 최근 프로야구는 포수 품귀현상을 빚고 있을 정도다. 그래서 현역시절 훌륭한 포수로 이름을 날렸다면, 감독직을 잘 수행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경기를 보는 시야, 그리고 조율하는 능력을 현역 시절부터 꾸준히 키워왔기 때문이다. 이미 예전부터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포수 출신 명감독들이 숱하게 나왔다.
또한 포수는 지도자에게 필수적인 포용력도 키울 수 있는 자리다. 흔히 현장에서는 투수를 이기적이라고 표현한다. 일단 좋은 투수가 되기 위해서는 내가 최고라는 자부심, 자기중심으로 경기를 끌어가려는 욕심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투수를 다독여가며 조율하는 것이 포수의 역할이다. 괜히 투수와 포수를 부부에 비유하는 것이 아니다.
▲ KT, 포수 출신 조범현 선택한 까닭
2일 KT 권사일 사장은 조범현 감독 선임을 발표하면서 "조범현 감독은 지도자 경험이 풍부하고, 선수육성 및 시스템 구축 능력이 뛰어난 야전사령관이며, 더불어 야구에 대한 창의적인 전략과 중장기적인 비전을 지닌 제갈량 같은 감독"이라고 치켜세웠다.
또한 권 사장은 "KT wiz가 추구하는 젊고 파워 넘치는 야구라는 비전을 실현할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신생팀이 안정적인 전력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포수-투수-중견수로 이어지는 속칭 '센터라인'을 확실하게 잡아야 한다. 특히 포수의 역할은 막중하다. 신생구단인 KT는 많은 신인투수를 보유하게 되는데, 이들을 이끌어 줄 포수가 전력의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조범현 감독은 쌍방울 배터리코치로 일하던 때 현역 최고 포수인 박경완을 길러냈었다. 또한 올해는 삼성에서 특별히 포수 인스트럭터로 초빙해 젊은 포수육성을 부탁하기도 했다.
앞선 성공사례도 있다. NC는 포수 출신인 김경문 감독을 영입했고, NC는 올해 예상을 뛰어넘는 성적을 거두며 프로야구 판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권 사장이 말한 '젊고 파워 넘치는 야구'를 NC는 먼저 보여주고 있다. 같은 포수출신이자 현역시절 팀 동료였던 조범현 감독에게 더욱 기대를 거는 이유다.
cleanu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