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만족스러운 투구 내용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또 한 번 노련함으로 위기를 잘 극복했다. 그 결과는 한국인 최초 메이저리그(MLB) 데뷔 시즌 10승의 대업이었다. 류현진(26, LA 다저스)에게는 역시 체인지업이 있었다.
류현진은 3일(이하 한국시간) 미 일리노이주 시카고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의 경기에서 시즌 21번째 선발 등판해 5⅓이닝 동안 11개의 안타를 허용했으나 6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2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시즌 10승째를 거뒀다.
이로써 류현진은 MLB 통산 124승을 거둔 박찬호, 2007년 10승을 거둔 김병현에 이어 한국인으로서는 단일 시즌 10승을 기록한 세 번째 선수가 됐다. 다만 데뷔 시즌 10승은 처음이다. 류현진이 새로운 역사를 쓴 셈이다. 아시아 선수로 범위를 확대해 봐도 1995년 노모 히데오(당시 LA 다저스·13승), 2002년 이시이 가즈히사(LA 다저스·14승), 2007년 마쓰자카 다이스케(보스턴·15승), 그리고 지난해 다르빗슈 유(텍사스·16승)와 천웨인(볼티모어·12승)에 이어 6번째 대업이다.

전반적으로 투구 내용이 썩 좋지는 않았다. 지난 7월 28일 신시내티전에서 7이닝 2피안타 1실점의 호투를 펼쳤던 내용보다는 확실히 떨어졌다. 원정과 낮 경기의 부담이 있는 듯 했다. MLB 진출 후 한 경기 최다 타이인 11개의 피안타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표정에서도 다소간 피로감이 느껴졌다. 그러나 류현진은 역시 뛰어난 위기관리능력을 선보이며 2실점으로 막았다.
직구 구속은 전체적으로 떨어졌다. 80마일 후반대에서 90마일(144.8㎞) 정도의 구속이 대부분이었다. 컵스 타자들의 방망이도 직구를 상대로는 거침없이 돌았다. 11개의 피안타 중 8개가 직구였다. 하지만 체인지업은 달랐다. 좀처럼 컵스 타자들이 손을 대지 못했다. 특히 우타자를 상대로는 바깥쪽으로 절묘하게 떨어지며 타이밍을 뺏었다. 77마일(124㎞)~79마일(127㎞) 정도에서 형성된 체인지업은 직구와 15㎞ 이상의 차이를 유지하며 위력을 발휘했다.
이날 류현진은 총 101개의 공을 던졌는데 이 중 체인지업은 30개에 이르렀다. 한 때 체인지업보다 슬라이더를 더 선호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날은 경기 초반부터 체인지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체인지업으로 잡아낸 헛스윙 삼진도 두 개였다. 반면 안타는 단 1개만을 허용했다. 투구수 비율로 따지면 체인지업의 피안타율이 현격하게 낮았던 셈이다. 류현진이 자신의 무기인 체인지업의 재무장을 통해 한층 나아진 미래를 기대케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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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