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아니라 현실이었다.
류현진은 지난 2010년 8월 한화시절 인터뷰에서 해외진출의 꿈을 밝힌 바 있다. "일본이든 메이저리그든 어디든 가면 자신있다. 나의 꿈은 메이저리그에서 인정받는 것이다. 인정받기 위해서는 10승 투수가 되는 것이다. 박찬호 선배처럼 100승을 힘들 수도 있지만 매 시즌 두 자릿 수 승수를 올리고 싶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그때만해도 류현진의 10승은 물론 조기 메이저리그행이 이루어질 것인지는 반신반의했다. 해외진출 자격 7년이라는 제도가 있지만 한화의 팀 현실상 류현진의 조기 ML행은 어려웠다. 그러나 류현진은 2012시즌을 마치고 여론의 지지를 받아 기어코 빅리그행에 성공했고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었다.

그리고 입단 첫 해 거침없이 자신의 꿈을 실현했다. 아직 시즌이 많이 남았는데도 10승 투수가 된 것이다. 3일(한국시간)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의 원정경기에 시즌 21번째로 선발등판해 6회1사까지 11피안타 무사사구 6탈삼진 2실점 투구로 시즌 10승 사냥에 성공했다.
6승에서 7승을 거두기까지 한 달이 넘었다. 6월에 5번 등판했으나 승수를 올리지 못했지만 7월 6일 샌프란시스코를 제물삼아 7승을 낚았다. 11일 애리조나전에서 5이닝 5실점으로 잠시 주춤했다. 후반기 첫 상대였던 7월 23일 토론토전에서 5⅓이닝 4실점하고도 타선지원을 받아 8승을 따냈다. 그러나 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 실패로 우려를 안겨주었다.
하지만 보란듯이 구위를 회복했다. 7월 28일 추신수의 신시내티를 상대로 7이닝 1실점 완벽투로 9승을 따냈다. 스피드, 변화구, 제구력 무결점 투구였다. 더욱이 이날은 타자친화형 구장 리글리필드에서 아홉수를 걱정했다. 비록 퀄리티스타트에는 실패했지만 노련한 투구로 승리를 거두며 10승까지 한걸음에 도달했다.
순수한 한국프로야구 출신으로 데뷔 첫 해에 거침없이 10승 벽을 뚫엇다. 일본과 대만 등 아시아 투수 가운데 데뷔 첫 해에 10승을 올린 선수는 1995년 노모 히데오(LA 다저스, 13승6패), 2002년 이시이 가즈히사(LA 다저스, 14승11패) 2007년 마쓰자카 다이스케(전 보스턴, 15승12패), 2012년 다르빗슈 류(텍사스, 16승9패), 2012년 천웨인(볼티모어, 12승11패) 등 5명이다.
2012년 이와쿠마 히사시(시애틀, 9승5패), 2008년 구로다 히로키(LA 다저스, 9승10패)도 데뷔 첫 해 10승을 따내지 못했다. 일본리그 20승 투수 우에하라 고지(현 보스터)는 2009년 볼티모어에서 2승에 그치며 선발 10승 달성에 실패했고 현재는 불펜투수로 전환해 활약중이다.
그만큼 순수 한국산 류현진의 데뷔 첫 10승이 값진 이유이다. LA 다저스의 선두질주를 이끌고 있는 공신으로 대접하고 있다. 첫 해에 다저스의 주축 선수로 뿌리를 내렷고 특급 메이저리거로 인정받았다. 그 꿈을 이루는데는 불과 6개월 밖에 걸리지 않았다. 역시 꿈은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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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