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에게는 말 그대로 희망고문이었다. 많이 내보내기는 했지만 홈을 허용한 주자는 단 두 명이었다. 류현진(26, LA 다저스)이 또 한 번 뛰어난 위기관리능력을 선보이며 시즌 10승 도달에 성공했다.
류현진은 3일(이하 한국시간) 미 일리노이주 시카고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의 경기에서 시즌 21번째 선발 등판해 5⅓이닝 동안 11개의 안타를 허용했다. 고전이었다. 그러나 역시 노련했다. 나간 주자들을 루상에 묶어놓으며 실점을 최소화했다. 6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2실점으로 틀어막은 류현진은 시즌 10승 고지에 이르렀다. 바턴을 이어받은 J.P 하웰도 류현진의 책임주자 2명에게 홈을 허용하지 않으며 10승 등정을 도왔다.
사실 전반적으로 썩 좋은 투구는 아니었다. 11개의 피안타가 말해주듯 구위 자체는 컵스 타선을 압도하지 못했다. 특히 직구의 위력이 좋지 못했다. 구속이 90마일(144.8㎞) 전후에 그쳤다. 한창 좋을 때보다는 2~3㎞가 떨어진 모습이었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몸쪽에 박했던 주심의 볼 판정도 류현진의 효율적인 직구 구사를 어렵게 했다.

하지만 류현진은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주자가 나갔을 때 더 강인한 면모를 선보였다. 1회 연속 안타를 맞으며 무사 1,2루 위기에 몰린 류현진은 리조를 유격수 앞 병살타로 잡아냈다. 슬라이더가 리조의 허를 찔렀다. 시즌 19번째 병살타로 아담 웨인라이트(세인트루이스·23개)에 이어 내셔널리그 병살타 부문 2위에 올라서는 순간이었다.
1-0으로 앞선 2회에도 길레스피와 바니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하고 동점을 내줬으나 후속 타자인 투수 우드를 삼진으로 잡고 추가 실점은 하지 않았다. 3회에도 레이크에게 안타를 줬지만 역시 노련하게 이닝을 마무리했다. 4회는 카스트로, 길레스피에게 연속 2루타를 맞고 1실점했지만 역시 후속타자들을 범타로 요리하며 이닝을 마쳤다. 내보낸 주자들에 비하면 2실점은 최상의 결과였다.
물론 주자를 내보내지 않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긴 하다. 직전 등판이었던 7월 28일 신시내티전(7이닝 2피안타 1실점) 같은 경기가 선수에게나 팀에나 팬들에게나 편한 경기다. 그러나 투수가 항상 좋은 경기 내용을 보일 수는 없다. 일단 이날 류현진은 경기 흐름을 한 번에 넘겨주는 홈런이 없었고 불필요하게 투구수를 늘리는 볼넷도 없었다. 위기관리의 표본이다. 메이저리그에서 롱런하기 위한 류현진의 무기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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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