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대로 떡 부러진 어깨가 주는 푸근함과 뭔가 곱씹게 되는 거창한 응원은 없었다. 왠지 안기기에는 연약해보이고, 대화를 나누기에는 어색하기 그지 없을 것 같은 중년의 독거 로커. 부활의 리더이자 ‘국민 할매’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김태원의 ‘프리 허그’는 다소 허술하게 보였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진심은 그 누구보다 따뜻했기에 울컥하는 순간이 여럿 스쳐지나갔다.
김태원은 지난 2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오랜 만에 붉은 조명의 정육점 같은 집에서 나왔다. 극도로 움직이기 싫어하는 그였다.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며 식사 조절을 하는 그였다. 김태원은 이날 많은 활동량 때문에 음식을 우걱우걱 먹어야 했다. 그리고 하루 종일 했던 일은 시민들을 안아주는 ‘프리 허그’였다.
여성이 많은 명동과 달리 중년의 남성이 가득한 노량진으로 옮겨온 후 그 누구도 안기려고 하지 않아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기도 했다. 4000원짜리 뷔페에서 밥을 먹는 학생들과의 대화도 자연스럽게 흘러가지 않고 어딘지 모르게 흐름이 뚝뚝 끊겼다. 바쁜 일상 속에 자신을 무심하게 지나가는 이에게 “이것 좀 보고 가지”라고 힘없이 말하며 처량하게 보이기도 했다.

보통 ‘프리 허그’는 파이팅이 넘쳤지만 ‘국민 할매’는 달랐다. 다소 맥이 빠지게 보였지만 그래도 진심은 따뜻했다. “사람은 죽는 날짜를 모르고 가야 한다”면서 쉽게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이들을 안타까워하고, 힘든 일상을 보내고 있을 청춘을 안아준 후 “행운을 빈다”고 격려하는 모습은 감동을 넘어 눈물샘을 자극했다.
지나가는 청춘에게 그 누구보다도 쉽지 않은 인생살이를 한 김태원이 어설프지만 진심 가득한 조언을 하거나, 자살을 많이 한다는 마포대교를 거닐며 고달픈 인생을 한탄하고 있을 누군가에게 위로를 건네는 한마디는 늦은 밤 안방극장을 울컥하게 만들었다.
김태원은 자살 방지 홍보 대사이기도 하다. 자신의 힘이 미약해서 방송을 통해 자살을 선택하려는 이들을 막고 싶다는 그의 이야기는 그 어느 때보다 진정성이 넘쳤다. 시청자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그가 쉽사리 몸을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하루 종일 어색할 수도 지칠 수도 있는 ‘프리 허그’를 반복하는 행보는 감동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김태원은 ‘나 혼자 산다’를 통해 비록 가족과 떨어져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지만 인생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는 진리를 다시 한번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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