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감독, 에이스 찰리에게 만원 빼앗은 사연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3.08.03 17: 54

"찰리, 패널티". 
3일 마산구장. 한화와 홈경기를 앞둔 NC 선수들이 훈련 시작을 위해 라커룸에서 하나둘씩 나왔다. 전날 최고의 피칭을 펼친 외국인 에이스 찰리 쉬렉(28)도 훈련 준비를 위해 몸을 움직였다. 그때 NC 김경문(53) 감독이 갑자기 찰리를 붙잡고 세웠다. 
김 감독은 "패널티, 패널티"를 외치며 찰리에게 손바닥을 내밀었다. 당황한 듯 얼굴이 붉어진 찰리는 글러브와 모자를 내려놓고 차렷 자세로 김 감독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김 감독은 "돈 내야지"라며 한국말로 "만원"이라고 찰리를 채근했다. 

김 감독의 말을 알아들은 찰리는 급하게 라커룸으로 들어가 돈을 챙겨왔다. 만원짜리 지폐 한 장을 김 감독에 직접 두 손으로 공손하게 내밀었고, 김 감독은 만원짜리를 뒷주머니에 넣으며 "이 돈으로 뭐 하나 사먹어야겠다"며 웃었다. 
김 감독이 찰리에게 돈을 받은 건 벌금이었다. 김 감독은 "찰리가 타구를 손으로 잡으려 할 때마다 벌금을 10만원씩 받기로 했다. 만원은 많이 깎아 준 것"이라며 웃은 뒤 "투수에게 손은 생명이다. 자칫 크게 다칠 수 있다"고 말했다. 
찰리는 지난 2일 마산 한화전에서 3회 고동진의 투수 앞 땅볼 타구에 오른손을 뻗어 잡으려 했다. 다행히 크게 다치지 않았지만, 자칫 큰 부상을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플레이였다. 김 감독은 기어이 벌금을 받아내며 찰리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주려 했다. 
찰리는 올해 20경기에서 7승4패 평균자책점 2.38로 맹활약하고 있다. 리그에서 가장 많은 132⅓이닝을 던지며 16차례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하고 있다. 김 감독은 "찰리가 다치면 팀도 팀이지만 선수 본인한테 손해"라고 강조했다. 선수를 아끼는 마음에서 기어이 만원을 빼앗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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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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