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는 아쉽지만 잊을 건 벌써 잊었다. 내일 새로운 라운드가 또 시작 되기 때문이다.”
카 레이싱계의 월드스타를 꿈꾸는 유경욱이 3일 강원도 인제 스피디움에서 열린 ‘아우디 R8 LMS컵 시리즈’ 제 3차전 5라운드에서 아쉽게 완주를 포기하고 말았다. 17대가 참가한 5라운드에서 레이스를 시작하자마자 1번 코너에서 추돌사고가 벌어졌고 2차 3차 추돌로 이어지면서 레이스를 계속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지고 말았다.
아우디 코리아는 국가 대표급 레이서 유경욱을 기용해 수입차 최초로 레이싱팀 ‘팀 아우디 코리아’를 창단하고 올해 대회 개막전부터 출전하고 있다. 유경욱은 MBC TV 인기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 출연해 무한도전 멤버들에게 레이싱의 기본기를 가르쳐 TV에서도 낯이 익은 인물이다.

유경욱은 2011 CJ 수퍼 레이스 3800 클래스 우승, 2011년 올해의 드라이버, 2012 CJ 수퍼 레이스 엑스타-GT 클래스 우승 등 다양한 수상 경력을 가진 국내 최정상급 레이서다. 작년 10월 시범 출전한 이 대회 10라운드 경주에서 3위를 기록하며 첫 출전에 포디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경기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사고 상황을 설명해 달라는 요청에 유경욱은 “스타트가 좋았다. 1번 코너에서 인사이드로 진입했다. 두 번 연속 인사이드로 가야 하는 포지션이었는데 뒤에 오던 선수가 아웃사이드에서 바로 인사이드로 들어오는 바람에 사고가 났다”고 말했다.
이어 “그 선수는 내 차를 못 봤다고 하더라. 2차 3차 충돌이 일어나면서 차가 제법 손상도 입었다. 그러나 이런 게 바로 레이스 아니겠는가? 내일도 경기를 해야 되기 때문에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 있다. 잊을 건 빨리 잊어버려서 지금은 마음이 즐겁다. 내일 경기에 나갈 수 있도록 차만 빨리 고쳐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의 모터스포츠는 아직 걸음마 단계이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 카 레이서라는 생소한 분야를 개척하고 있는 유경욱으로서는 현실에 대해 할말이 많았다.
카 레이서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없느냐는 질문에 “저도 힘든 길을 걸어 왔고, 우리나라 모터 스포츠가 처한 상황을 잘 알고 있다. 카 레이서라는 직업을 이어가기 위해 돈도 많이 들였고 시간도 많이 투자했다. 어려운 길을 걷고 있는 후배들이 비록 현실은 어렵더라도 꿈은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좀더 높은 클래스를 꿈꾼다면 꿈을 버리지 않고 끝까지 도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뼈 있는 농담도 했다. “비인기 스포츠종목이다 보니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지만 미디어에서 도와줘야 된다. 모터 스포츠계에서도 ‘수영의 박태환’ ‘메이저리그의 박찬호’ ‘LPGA의 박세리’가 나와줘야 하지 않겠나? 영웅이 탄생해야 스포츠도 발전할 것이고…. 그래서 저를 그런 인물로 좀 키워 달라는 부탁을 드리고 싶다.” 농반진반 던진 말 속에 꿈도 있었고 현실에 대한 야속함도 있었다.

‘아우디 R8 LMS컵 시리즈’ 3차전은 3일과 4일 양일간 강원도 인제 스피디움에서 벌어진다. 2013 아우디 R8 LMS컵 시리즈는 지난 5월 중국 주하이에서 시즌 개막전을 열었고 7월 6, 7일 중국(내몽골) 오르도스에서 2차전을 치른 뒤 인제 스피디움으로 장소를 옮겨왔다.
3차전 5라운드에서는 캐스트롤 레이싱 팀 얼 바머(Earl Bamber)가 우승을 차지했고 중국 캄룽(KAMLUNG) 레이싱 팀의 애들리 퐁(Edderly Fong), 홍콩의 아우디 GQ 레이싱 팀의 마치 리(Marchy Lee)가 2, 3위로 그 뒤를 이었다.
아우디 R8 LMS컵 시리즈는 R8 LMS 차량으로만 경주를 치르는 아우디의 유일한 원메이크 국제 대회이다. 공식 경주차 R8 LMS가 원메이크 대회 경주차 중 최경량 차체인데다 엔진 배기량도 제일 커 가장 박진감 넘치는 자동차 경주로 손꼽힌다.
아우디 R8 LMS컵 시리즈는 작년 중국에서 첫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렀고 2013년 시리즈부터는 한국, 말레이시아, 마카오 등 아시아 전역으로 개최지를 확장했다. 또 올해 시리즈는 한국, 대만, 홍콩 팀이 새로 참가해 참가 레이스카도 16대에서 20대로 늘었다.

올 시즌 R8 LMS 컵 시리즈는 주하이(중국), 오르도스(중국 내몽골), 인제(한국), 세팡(말레이시아), 상하이(중국), 마카오(마카오 그랑프리 60주년 서킷)를 돌며 경기가 펼쳐진다. 각 라운드 별 점수를 채점하는 방식으로 ‘아우디 R8 LMS 컵 종합 우승’ ‘아마추어 드라이버 부문’ ‘딜러 드라이버 부문’ ‘팀 부문’ 등 총 4가지 타이틀을 두고 자웅을 겨룬다.
2013 아우디 R8 LMS 컵의 화려한 출전 명단에는 작년 이 경기 우승자 마치 리(Marchy Lee), 말레이시아 출신의 전 F1 드라이버 알렉스 융(Alex Yoong), 캐나다 출신 GP3 레이서 애들리 퐁(Adderly Fong), 중국의 레이싱 스타 프랭키 청 총푸(Franky Cheng Congfu), DTM, 르망 24시 출전 이력의 스위스 출신 여성 레이서 라헬 프레이(Rahel Frey), 국내 최정상 레이서 유경욱 선수 등 세계적인 프로 선수 외에도 잠재력 갖춘 신예 선수와 수준급 아마추어 드라이버들이 포진해 있다. 특히 유명 배우이자 영화감독인 곽부성(궈푸청, Aaron Kwok)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참가하고 있다.
R8 LMS(Le Mans Series)는 아우디의 고성능 스포츠카 R8을 기반으로 GT3 경주에 맞춰 설계한 모델로 V10 5.2 FSI 가솔린 직분사 엔진이 탑재 됐으며 최고출력이 560마력에 이른다. 6단 시퀀셜(세미오토매틱) 트랜스미션, 18인치 미쉐린 슬릭타이어(F:27/65 R18, R:31/71 R18)가 적용됐고 아우디 초경량 설계(Audi Ultra lightweight) 기술 덕에 차량 무게는 1,290kg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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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코리아 소속으로 아우디 R8 LMS컵 시리즈에 출전하고 있는 유경욱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