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최근 난조에 시달렸던 SK 타선이 이 말을 제대로 실현하며 두산 마운드를 괴롭힌 끝에 팀의 연패를 마무리 지었다.
SK는 3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경기에서 7-5로 이겼다. 지난 7월 30일 문학 NC전부터 이어진 4연패를 끊어내는 값진 승리였다. 2회 솔로 홈런을 연달아 세 개 허용한 이후에도 평정심을 되찾으며 6이닝을 버틴 선발 윤희상의 호투도 눈부셨지만 집중력을 발휘한 타선의 힘도 이날 승리의 빼놓을 수 없는 요소였다.
최근 타자들의 침묵으로 고전했던 SK였다. 팀 순위가 7위까지 처지고 가을야구가 멀어지자 선수들이 전반적으로 조급했다는 것이 팀 안팎의 진단이었다. 초구를 건드리는 일도 많았고 나쁜 공이나 유인구에 방망이가 나가는 경우도 잦아졌다. 이는 무수한 잔루로 이어졌다. 비교적 괜찮은 팀 타율을 기록하고도 SK 타선이 답답함을 이어갔던 이유였다. 이만수 SK 감독도 “선수들이 조급해 하는 것이 가장 걱정된다”라고 했다.

그러나 3일 경기는 달랐다. 흔히 “공이 오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느린 공의 소유자인 두산 선발 유희관을 상대로 끈질기게 공을 골랐다. 양팀 선발 투수들에게 공히 좁았던 스트라이크존의 영향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SK 타자들은 최대한 많은 공을 보며 유희관을 물고 늘어졌다.
SK 타선은 1회부터 풀카운트 승부로 유희관을 괴롭혔다. 1사 1루에서는 최정이 풀카운트 승부 끝에 우전안타를 때렸다. 박정권도 유격수 땅볼을 치긴 했지만 풀카운트까지 몰고 갔고 2사 2,3루에서 2타점 좌전 적시타를 터뜨린 이재원도 역시 풀카운트에서 유희관의 공을 공략했다.
2-3으로 뒤진 3회 득점 상황에서도 선두 정근우가 좌전안타를 때려낼 때가 풀카운트였다. 후속타자 조동화 역시 풀카운트 승부를 벌였는데 자동적으로 주자가 스타트를 끊다보니 베이스러닝도 한결 수월해졌다. 이는 무사 1,3루 기회로 이어졌고 최정의 희생플라이 때 동점을 만들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4회에는 삼진 세 개를 당하긴 했지만 김상현 박진만이 풀카운트까지 물고 늘어지며 유희관의 투구수를 불어나게 했다. 6회 박정권 김상현도 풀카운트에서 삼진을 당했다. 결과는 아쉬웠지만 적어도 허무하게 물러나지는 않았다. 결국 5⅔이닝을 던진 유희관의 투구수는 120개였다. 박정권 김상현은 세 번이나 풀카운트 승부를 벌였다.
반면 홈런 두 방은 모두 초구 타격에서 나왔다. 3-3으로 맞선 6회 최정의 솔로 홈런이 초구에 나왔고 이어진 2사 1,2루에서 조인성의 3점 홈런도 역시 초구에 터졌다. 승부를 걸어야 할 때는 정확한 노림수를 바탕으로 힘껏 방망이를 돌렸던 것이다. 소위 말하는 ‘생각하는 타격’이 이날 SK 타선에서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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