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단 첫 우승' 김민기 STX 감독, "14년간의 한을 풀었다"
OSEN 고용준 기자
발행 2013.08.03 23: 48

"한을 푼 것 같다. 이제 떠나도 괜찮다".
김민기 감독은 3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벌어진 'SK플래닛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 2012-2013시즌' 웅진과 결승전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접전 끝에 김도우가 피날레를 장식하는데 힘입어 4-2로 승리하며 마침내 챔피언컵을 품에 안았다. 우승을 차지한 STX는 상금 4000만원을, 아쉽게 준우승에 머문 웅진은 상금 2000만원을 챙겼다.
순서로는 역대 12번째로 프로리그 우승컵을 품에 안았지만 감격은 더욱 컸다. 김은동 감독은 "드디어 한을 풀었다. 이제는 떠나도 괜찮다. 지난 세월 항상 응원을 보내주신 팬여러분들께 너무나 감사드린다"라고 벅찬 우승 소감을 밝혔다.

- 프로리그 첫 우승 소감은.
▲ 너무 좋다. 여한이 없다. 이 일 시작한지 14년째인데 2003년 MBC 팀리그, 2004년 프로리그서 준우승을 했었다. 단체전에서 준우승, 3위만 하다가 이번에 우승을 해서 좋다. 우승이 나 혼자 한게 아니라 코치들, 선수들, 회사에서 다 도와주셔서 이룬 결과다. 못난 감독 밑에서 선수들과 코치들이 고생하면서 좌절하지 않고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서 너무 고맙다고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 우승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 있다면.
▲ 딱히 이거 때문에 우승할 수 있었다는 말은 없다. 얘기한다면 선수들에게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낸것에 있다. 아시다시피 항상 조일수도 없고, 풀어줄 수 없는데, 이번에 나름대로 모험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선수들에게 믿고 맡긴 것이 잘 통했다. 코치들이 반대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선수들에게 자율성을 주면서 코치들에게 경기 내적인 요소 보다는 선수에게 경기 외적인 요소를 주문했다. 코치들도 선수들도 초창기에는 적응을 못했지만 나중에는 선수들이 스스로도 열심히 하면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
- 결승무대에 대한 부담은 없었는지.
▲ 부담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진짜 우승할 수 있을까. 엔트리는 좋지만 선수들의 경험이나 중압감에 대해 무너지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컸다. 이런 방식을 선택하는 순간부터 '우승 못하면 어쩔 수 없지 않냐'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비웠다. 선수들에게도 '부담가지고 하지 말자' '이런 큰 무대를 즐기자'라고 계속 이야기 했다.
- 결승전 엔트리가 기막히게 적중했다.
▲ 4-1-1(프로토스-테란-저그) 엔트리를 기용했는데 그게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전부다. 김성현 김영주는 아직 결승무대에 오를 정도로 실력이 올라가지 못했다. 당초 먼저 예상했던 엔트리가 있었지만 새로 짠 엔트리가 잘 통했다. 주안점은 이신형과 김민철을 붙이자는데 초점을 맞췄다. 김민철을 다른 선수들이 감당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김민철이 나올 맵을 맞춘다음에 테란-저그-프로토스의 특성을 맞췄다. 이겼으니깐 '신트리'라고 불러도 될 거 같다. 3세트가 변수가 될거라는 말을 했는데 3세트를 이겼다면 4-0 이라고 생각했다.
- 예전 결승무대와 이번 결승무대에 올라간 소회를 얘기해주신다면
▲ 예전과 비교하면 스타크래프트의 열기가 식은 점은 아쉽다.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가라앉은 열기를 끌어올려야 할 거 같다. 오늘 경기 같으면 모든 분들이 즐기지 않을까 한다. 과거 다른 팀들을 응원만 하러가다가 오늘은 축하를 받으니깐 너무 좋다. 바쁜 와중에도 찾아준 박상익 서지수 최연식 등 제자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아직도 소울팀의 일원이라고 앞으로도 소울의 일원이라고 말해준 제자들과 언제 한 번 소주 한 잔을 해야 할 거 같다.
-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 있다면.
▲ 오늘 늦잠을 잤다. 너무 피곤해서 좋은 꿈을 꾼 건 없다. 아침에 코치들이 물어보는데 '지금도 피곤하다'라는 말로 대신했다. 지금 긴장이 풀리니깐 너무 좋다. 마지막으로 '정말 좋다'는 말을 하고 있다. 또 항상 힘이 되어주시는 분들, 전남과학대학교에 출강하는데 학생들도 응원을 보내주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지원을 아껴주지 않은 STX 회사분들, 오랜 시간 성원을 아껴주지 않으신 팬 분들께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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