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0G만의 슈퍼매치 승리' 이끈 키워드는 '믿음'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3.08.04 09: 00

"내가 선수들을 믿지 않으면 누가 믿겠나."(최용수)
슈퍼매치 첫 승리는 달콤했다. 그동안의 잔혹한 패배사가 유독 길었기에 더욱 달콤하게 여겨지는 것일지도 몰랐다. 최용수 감독이 이끄는 FC서울은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3 21라운드 수원 삼성과의 '슈퍼매치'서 2-1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서울은 10승 5무 6패(승점 35)로 5위 수원(승점 33)과 순위를 맞바꿨다.
서울로서는 꿈에 그리던 승리였다. 지난 2010년 8월 28일 수원에 2-4 패배를 당한 후 무려 3년간 슈퍼매치 승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3년 동안 9경기를 치르면서 2무 7패로 절대적 열세에 시달렸던 서울은 이날 승리로 지긋지긋한 수원 징크스를 끊어냈다. 또한 최용수 감독 부임 이후 첫 슈퍼매치 승리를 따내면서 5연승(홈 7연승) 가도를 질주하게 됐다.

사실 올 시즌 서울은 결코 출발이 좋지 못했다. 극심한 부진의 늪에 빠지며 개막 이후 7경기 무승이라는 최악의 출발로 '흔들리는 디펜딩 챔피언'이라는 오명을 썼다. 간신히 대구를 상대로 시즌 첫 승을 거둔 후에도 좀처럼 만족할만한 경기를 하지 못했다. 전년도 우승팀임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하위그룹에서 맴돌았고, "서울이 강등싸움을 벌이는 것 아니냐"는 말도 우스갯소리처럼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서울이 달라졌다. 벌써 5연승에 홈에서는 7연승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순위도 훌쩍 뛰어올랐다. 심지어 3년 동안 이기지 못하며 패배의식에 시달리게 만들었던 수원을 상대로 2-1 승리를 거뒀다. '수원 징크스'를 깬 서울은 어느새 리그 3위로 우뚝 올라섰다.
이처럼 서울이 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김진규는 "시즌 초반 부진은 우리가 작년 우승팀이다보니 자신감에 넘쳐있었다. 비기고 있어도 이겨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기에 부진했던 것 같다"며 "처음에 나같은 경우도 실수를 많이 했다. 하지만 감독님께서 조금만 더 참고 오면 우리 페이스가 올 것이라며 믿어주셔서 그 믿음에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른 선수들도 그런 생각이 많아서 팀 단합이 잘된 것 같다"고 변화의 계기를 설명했다. 합숙폐지가 대표적인 '상호 신뢰'의 증거였다.
합숙폐지가 불러온 것은 단순한 몸의 편안함만이 아니었다. 김진규는 "감독님께서 우리를 믿어주셨기 때문에 선수들이 그 믿음에 보답하고자 몸관리도 더 열심히 한다. 집에서 있다가 왔는데 몸이 안좋으면 혹시나 다른 생각을 하실 수도 있지 않나. 그런 소리 듣지 않기 위해 더 몸관리 잘하는 것 아닐까 싶다"며 감독의 신뢰에 보답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최용수 감독 역시 '믿음'을 들었다. 변화의 시작, 믿음을 보여주는 증거로 합숙을 폐지하는 획기적인 시도를 보인 최 감독은 슈퍼매치 승리로 확실하게 상승세를 증명했다. 최 감독은 "선수들에게 말이 아닌 행동으로 너희들을 믿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합숙폐지는 그 방법이었다"며 "우리 선수들은 프로의식이 높다. 내가 선수들을 믿지 않으면 누가 믿겠나. 그걸 경기장에서 보여준 것"이라며 변화를 설명했다.
최 감독의 '믿음'은 10경기만의 슈퍼매치 승리에도 영향을 미쳤다. 최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을 다독였다. 그동안 이겨야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지나치게 힘이 들어갔던 부분을 부드럽게 빼냈다. "이제까지 계속 지거나 비겼다. 이제와서 한 경기 더 진다고 어떻게 되겠나. 마음대로 편안하게 경기하라"고 선수들을 독려했다. 최 감독의 믿음을 마음으로 받아들인 선수들도 예전과는 다른 마음으로 수원전에 임했다. "그냥 K리그 한 경기라고 생각하고 경기에 들어왔다"는 김진규의 말은 상호간의 믿음으로 두텁게 다져진 서울의 새로운 힘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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